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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과 선거 [이동재의 캐비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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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마다 벚꽃이 만개했다. 올해도 봄은 왔다. 사람들은 꽃구경에 나서겠지만 난 이 벚꽃이 벚꽃으로 안 보인다. 지난 총선을 목전에 둔 2020년 4월, 벚꽃 광풍에 휩싸인 적이 있어서다.

그해 봄 유시민 작가는 노무현재단 유튜브에 나와 "이 사건 핵심은 (이동재 기자가 감옥에 있던 이철 VIK 대표에게) '사실이 아니어도 괜찮다. 돈 줬다고만 말해라. 그 다음부터는 우리가 알아서 다 해줄게. 우리 신문이 보도하면 모든 언론이 보도하고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어 지고, 유시민 본인 뿐만 아니라 뭐 가족까지 탈탈 털고. 포토라인 세우고 그러면 총선에서 집권당 망하고. 그 다음에 뭐 통합당이 정권교체하고. 이 시나리오를 주면서 네가 협조해야지 살 수 있다'고 얘기를 한 거잖아요"라는 허위사실을 내뱉었다.

'이동재 객원논설 위원' (전 채널 A 기자)

당시는 신라젠 주가 조작 및 신라젠 대주주였던 사기 집단 VIK와의 연루 의혹으로 대다수 언론에서 그를 주목하던 때였다. 당시 유 작가 말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사람은 더 있었다. 최강욱 전 의원도 김어준도 그런 사람들이었다. 당시 공영방송은 검언유착 전문가라며 한 제보자 얼굴에 가면을 씌워 '의인'이라고 포장해 앉히기도 했다. 알고 보니 그는 사기 전과 5범이었다.

그들은 하나씩 법의 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최 전 의원은 1000만원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방송인 김어준에 대해 법원은 "의도적으로 내용을 왜곡했다"며 배상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 판단이 성에 차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최 전 의원 선고까지 걸린 시간은 3년9개월, 김어준은 여전히 아침마다 사람들에게 지령을 내린다. 유시민 등 나머지 사람들에 대한 처벌은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르겠다. 그들이 완성한 '검수완박'으로 시간까지 오래 걸리니 이만큼 이문 남는 장사도 없다.

그런데 더 재미난 건 내게 불법 압수수색을 하고, 공소장을 조작했던 검사들의 이야기다. '이동재와 한동훈이 총선 공작 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다 기소된 신성식 전 검사장은 "내가 진짜 검사"라며 총선에 출마했다. 야당의 알토란 같은 지역구, 전남 순천갑에 출마했다. 내 사건 관련 수사를 주도했던 이성윤 전 검사장은 전북 전주을에 공천돼 국회 입성이 유력시 되는 상황이다.

수오지심이 없는 자들은 잘 산다. 자신들을 모실 성실한 민중만 모으면 된다. 안타깝게도 그들을 부양하는 대다수 국민들은 작은 꿈도 없이 터진 둑을 막듯 오늘을 수습하며 살아간다. 그래도 그 사람들은 언젠가는 만개한 벚꽃 같은 세상이 오길 소망한다. 허술하지만 선거는 그런 세상이 올 수 있게끔 하는 얼마 안 남은 도구다.

벚꽃의 꽃말 중 하나가 '결박'이라고 한다. 여전히 벚꽃을 보면 온몸이 결박되던 순간이 떠오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데 아직 예뻐 보이는 날은 오지 않는다. 세상 돌아가는 걸 보니 앞으로도 한동안은 그럴 것 같다. 그럼에도 벚꽃이 흩날리는 날 투표장에 다녀와야겠다.

이동재 객원편집위원(전 채널 A 기자)

※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4월부터 매일신문 객원편집위원으로 합류했습니다. 이제부터 기명칼럼 [이동재의 캐비닛]과 유튜브 채널 '매일신문'에서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을 통해 이동재 위원의 이야기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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