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막말 김준혁 사퇴 요구 빗발쳐도…후보는 버티기, 정당은 팔짱만

역대급 망언에 막판까지 얼룩
이대 동문 1만명 규탄 서명…유림단체 "자격 미달" 비난
유치원·여성·예비역군인·유림 등 각계 규탄·사퇴 요구 이어져
민주당 "국민이 심판할 것" 버티기,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차 가해' 논란

안동 유림단체 대표자들이 9일 오후 국회 앞에서 퇴계 이황 선생에 대해 '성관계 지존' 등의 표현을 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 수원정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동 유림단체 대표자들이 9일 오후 국회 앞에서 퇴계 이황 선생에 대해 '성관계 지존' 등의 표현을 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 수원정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더불어민주당 수원정 김준혁 후보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더불어민주당 수원정 김준혁 후보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의의 대표'를 뽑는 22대 총선이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후보(경기 수원정)의 역대급 막말 퍼레이드로 막판까지 얼룩졌다. 저질스런 성 관련 언급부터 역사 왜곡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대상을 가리지 않는 김 후보 망언이 쏟아지면서 "민주화 이후 이런 선거는 처음"이라는 개탄이 쏟아진다.

사회 각계에서 규탄 성명과 후보 사퇴 요구가 쏟아지는데도 "국민 심판을 기다리겠다"며 팔짱만 끼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김 후보 막말은 까도 까도 또 나오는 형국이어서 '망언집' '망언 1인자'라는 조롱이 나올 정도다. 특히 저서 등에서 발견된 그의 막말들은 왜곡된 역사의식과 국가관, 성 인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알려지자마자 논란이 확산됐다.

이화여대 총동창회는 9일 '김활란 총장 이대생 성상납' 발언을 한 김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동문 1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민주당에 전달했다. 총동창회는 "김 후보의 발언은 이화의 역사를 폄하했을 뿐 아니라 재학생과 동창생 모두에게 극심한 모욕감을 안겨 줬다"고 비난했다. 김 후보는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김활란 전 이대총장이) 미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 장교에게 성상납시키고 그랬다"고 해 논란을 촉발했다. 9일 이대생 성상납 동원 발언 사건은 수원지검에 이첩됐다.

안동 유림단체 대표자들이 9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퇴계 이황 선생에 대해 '성관계 지존' 등의 표현을 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 수원정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동 유림단체 대표자들이 9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퇴계 이황 선생에 대해 '성관계 지존' 등의 표현을 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 수원정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림단체 비난도 빗발친다. 도산서원은 8일 긴급 시국성명을 내고 김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김 후보는 자신의 저서 '변방의 역사' 제2권에서 '퇴계 선생에 대해 성관계 방면의 지존이었다는 얘기가 있다. 앞마당에 있는 은행나무가 밤마다 흔들렸다'고 써 논란이 됐다. 도산서원 측은 "민족정신의 스승인 퇴계 선생을 근거 없이 모독하는 언어폭력"이라고 규탄했다. 안동유림 단체도 "정치인의 자격 미달"이라고 비난했다.

예비역장성·군인단체 등도 같은날 국회에서 성명을 내고 "역사를 전공했다는 김 후보가 '다부동 전투는 사실상 패전이다' '백선엽 장군은 병법도 모르고 미군 덕분에 이겼다' '육사는 나라를 팔아먹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성장하지 않았나' 등 역사를 왜곡하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도 이날 국회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유치원 뿌리는 친일'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김 후보를 향해 즉각 사과와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김 후보는 자신의 저서에서 "유치원의 뿌리는 친일의 역사에서 시작됐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보수화되어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써 논란을 샀다.

앞서 이달 초에는 위안부가족협의회,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등이 김 후보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저급한 지식으로 불행했던 역사를 왜국하고 민족사를 모욕하고 있다"며 김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 후보는 2019년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강점기에 종군위안부를 상대로 성관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이런 지경에도 민주당 측은 편들기만 하고 있다.

민주당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5일 김 후보 사퇴 여부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후보도 여러 가지 사과를 했다"면서 "국민 심판을 기다려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김 후보 막말 파동에 내내 침묵하다 그를 옹호하는 듯한 게시글을 SNS에 올렸다 삭제해 '2차 가해'"라는 비판을 받았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정치인의 막말은 청년 세대의 정치 혐오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공천과정에서 김 후보의 저서 등을 조금만 살폈어도 논란 소지를 발견했을 텐데, 어떻게 이런 자질의 사람이 후보로 공천됐는지 유권자들은 의아해할 것"이라며 "앞으로 공천과정에서 후보의 과거 이력과 언행을 보다 철저하게 조사해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이 8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유치원 친일파 망발 김준혁 후보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이 8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유치원 친일파 망발 김준혁 후보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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