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란, 이스라엘 본토 첫 공격…세계안보·경제 강타 확전 우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후 첫 이스라엘 전면 공격…미사일·드론 300여발
이스라엘 응징 예고…보복 악순환시 5차 중동 전쟁 발발 '전운' 고조
국제사회 자제 촉구 속 美 확전 차단 부심 "바이든, 이 역공 반대…가담 않을 것"

이란이 13일 밤부터 14일 오전까지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을 200발 넘게 발사했다. 이스라엘이 아이언돔 방공체제로 이란으로부터 날아온 드론과 미사일을 예루살렘 하늘에서 명중시켜 폭발하는 장면. 연합뉴스
이란이 13일 밤부터 14일 오전까지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을 200발 넘게 발사했다. 이스라엘이 아이언돔 방공체제로 이란으로부터 날아온 드론과 미사일을 예루살렘 하늘에서 명중시켜 폭발하는 장면. 연합뉴스

이란이 시리아 내 자국 영사관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에 대규모 공습을 단행하면서 중동이 중대 기로에 놓였다. 이번 사태로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대되면 세계 안보와 경제에 미칠 여파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재보복 입장을 일찌감치 천명했으나 맹방인 미국 등이 만류하고 있어 향배가 주목된다.

[그래픽] 이란, 이스라엘 본토 첫 보복공격 (서울=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 이란이 13일(현지시간) 밤 이스라엘을 향해 수십∼수백 대의 무장 무인기(드론)와 미사일을 쏘며 공습을 전격 감행했다. zeroground@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그래픽] 이란, 이스라엘 본토 첫 보복공격 (서울=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 이란이 13일(현지시간) 밤 이스라엘을 향해 수십∼수백 대의 무장 무인기(드론)와 미사일을 쏘며 공습을 전격 감행했다. zeroground@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보복 공격 감행 중대한 갈림길

이란이 13일(현지시간) 밤 이스라엘 영토를 겨냥해 벼르고 있던 보복 공격을 감행함에 따라 중동 상황이 확전의 중대 갈림길에 놓였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전면적인 군사 공격을 단행한 것은 1979년 이슬람혁명을 기점으로 양국이 적대관계로 돌아선 이래 처음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이 6개월을 넘기며 계속되는 가운데 중동의 숙적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보복의 악순환'으로 전면 전쟁으로 치달을 경우, 1973년 시리아와 이집트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시작된 4차 전쟁 이후 50년 만에 5차 중동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범죄를 처벌하겠다면서 이날 '진실의 약속'이라고 명명된 보복 공격에 나섰다. 이스라엘이 지난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등 7명의 군인을 제거한지 12일 만이다.

이란이 13일 밤부터 14일 오전까지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을 200발 넘게 발사했다. 14일 이란인들이 테란 영국 대사관 앞에서 자축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이란이 13일 밤부터 14일 오전까지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을 200발 넘게 발사했다. 14일 이란인들이 테란 영국 대사관 앞에서 자축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이란이 13일 밤부터 14일 오전까지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을 200발 넘게 발사했다. 이스라엘 당국의 대피 명령 후 예루살렘 시민들이 자동차로 긴급 이동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란이 13일 밤부터 14일 오전까지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을 200발 넘게 발사했다. 이스라엘 당국의 대피 명령 후 예루살렘 시민들이 자동차로 긴급 이동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이란 '그림자 전쟁' 치닫나

이번 이란의 공습은 그동안 양국이 벌여온 '그림자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이후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친(親)이란 대리세력을 내세워 이스라엘을 공격해왔다는 것이 서방의 판단이다. 대리세력은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시리아 정부군, 시리아 및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등이다.

이란이 직접 나서지 않은 것은 이스라엘과 전면전 및 미국의 개입을 꺼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스라엘은 과거 이란의 핵무장 가능성을 우려해 이란 핵시설을 은밀히 공격하거나 핵 과학자를 암살한 배후로 지목되는 등 양국은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방식의 공격을 택했다.

하지망 이란이 최근 시리아 내 자국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처음 공격하고 이스라엘이 재보복을 검토하면서 중동은 한층 전쟁 위기의 먹구름으로 뒤덮혔다.

◆네타냐후 "우리 해치는자 누구든 해칠 것"

이스라엘의 향후 대응도 주목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시내각 회의를 긴급 소집해 대응에 나섰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뚜렷한 원칙을 결정했다"며 "우리는 우리를 해치는 자들을 누구든 해칠 것"이라고 재보복 방침을 천명했다.

이스라엘의 한 당국자도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안보내각이 전쟁내각에 이번 사태 대응을 결정하도록 승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안보 내각 회의가 끝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 미국 악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스라엘의 어떠한 반격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백악관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스라엘과 미국, 역내 다른 국가들의 공동 방어 노력 덕분에 이란의 공격이 실패했다고 하면서 "당신은 이기지 않았느냐. 승리를 가져가라"고 말했다.

이란에 대한 재보복 여부나 수위는 미국을 비롯한 이스라엘의 동맹, 우방들과의 의견 조율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가 소집된 같은 날 주요 7개국(G7) 정상들을 소집해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단결된 외교 대응"을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이 13일 밤부터 14일 오전까지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을 200발 넘게 발사했다. 이스라엘 당국의 대피 명령 후 예루살렘 시민들이 자동차로 긴급 이동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란이 13일 밤부터 14일 오전까지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을 200발 넘게 발사했다. 이스라엘 당국의 대피 명령 후 예루살렘 시민들이 자동차로 긴급 이동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유가 상승 등 세계 경제 살얼음판

이란이 이스라엘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유가 상승 등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장 중 한때 배럴당 87.67달러까지 올랐고 전장 대비 0.64달러(0.75%) 상승한 85.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올랐고 종가는 0.71달러(0.8%) 오른 90.45달러였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92달러를 웃돈 것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3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만큼, 향후 충돌의 전개 양상에 따라 국제 유가는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더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이란·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수출통로로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난다.

이번 공격에 앞서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CNBC방송 인터뷰에서 "무력 충돌이 국제 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까지 이어진다면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대로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더 뒤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1973년 '오일 쇼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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