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분양은 안되는데 가격은 오르고…인건비·원자재 가격 상승의 역설

대구 아파트 분양가 평당 3천만원 첫 돌파…1년새 79%↑

대구 서구 평리뉴타운에 개발된 6구역의 고층 아파트 뒤로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1, 2, 4구역의 주택단지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 서구 평리뉴타운에 개발된 6구역의 고층 아파트 뒤로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1, 2, 4구역의 주택단지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달 대구의 민간아파트 평당(3.3㎡) 평균 분양가가 처음으로 3천만원을 넘어섰다. 심지어 1년 새 79%나 상승했을 지경이다.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이 '미분양 무덤'이라 불리며 역대급 한파를 겪는 대구 부동산 시장에 역설을 불러왔다.

1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3월 말 기준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대구의 최근 1년간 1㎡당 평균 분양가격(공급면적 기준)은 927만3천원으로 작년 3월 말(517만8천원)과 비교해 79%, 409만5천원 올랐다. 3.3㎡로 환산하면 3천65만5천원이다. 대구의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3천만원을 넘어선 건 HUG가 분양 가격 동향을 발표한 2013년 9월 이후 처음이다.

HUG가 발표한 평균 분양 가격은 공표 직전 1년간 분양보증서가 발급된 민간 분양사업장의 평균값이다. 자료를 보면 대구의 분양가 상승폭이 도드라지기는 하나 이러한 상황이 대구만의 일은 아니다. 전국 민간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격은 563만3천원(3.3㎡로는 1천862만1천원)으로 작년 3월과 비교하면 17.24% 올랐다. 서울의 1㎡당 평균 분양가격은 1천149만8천원(3.3㎡로는 3천801만원) 1년 새 23.91% 올랐다.

건설 경기 불황에도 이러한 경향을 보인 것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결정이라는 경제 상식과 무관하게 최근 2년간 역대 최대로 오른 기본형 건축비 탓이다.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가 정기 고시한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기본형 건축비(16~25층 이하, 전용면적 60~85㎡ 지상층 기준)를 보면 1㎡당 197만6천원에서 203만8천원으로 3.1% 올랐다. 지난해에는 1월 1.1%, 3월 2.05%, 9월 1.7%로 세 차례 인상됐다. 2022년에도 3월 2.64%, 7월 1.53%, 9월 2.53% 상승했다.

기본형 건축비는 분양가 상한을 구성하는 항목(택지비+기본형 건축비+택지가산비+건축가산비) 중 하나로 정부가 정기적으로 고시한다. 기본형 건축비가 오르면 신축 아파트 분양가 상승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분양가가 토지비, 건축비, 가산비 등으로 구성돼서다.

최은동 애드메이저 본부장은 "업계에 따르면 레미콘과 창호유리는 올 들어 각각 7.2%, 17.7% 올랐고, 노임 단가도 보통 인부의 경우 3.05%, 특별인부는 5.61%나 뛰었다. 시멘트와 골재가격도 지난해 대비 각각 12%, 8% 수준으로 상승했다"면서 "여기에 건설사가 조달해야 하는 금융비용 부담도 2년 전과 비교하면 크게 올라 전체적인 분양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구로 시장을 좁혀보면 주택 건설 공사가 미분양 리스크와 청약시장 한파 등의 영향으로 대체로 선분양 대신 후분양으로 돌아섰다. 아파트는 건설 기간에도 가격이 계속 오르는 특성이 있어 후분양이 일반적으로 선분양보다 가격이 더 높은데 이게 상승폭을 더욱 가파르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HUG는 또 다시 대구 남구와 경북 포항·경주 등을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적용 기간은 다음 달 9일까지다. 이들 지역은 15개월째 미분양관리지역이다.

HUG는 1천가구 이상 미분양이면서 '공동주택 재고 수 대비 미분양 가구 수'가 2% 이상인 시군구 중 미분양관리지역을 지정한다. 미분양 증가 속도가 빠르거나, 미분양 물량이 계속해서 해소되지 않는 지역, 신규 미분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곳이 대상이다.

미분양관리지역에 포함되면 분양보증 발급 전 사전 심사를 받아야 하는 등 신규 분양 잣대가 까다로워진다. 신규 주택이 공급되는 것을 제한한 상태에서 미분양을 털어내라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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