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월드경제리포트] 美와 다른 '홍콩 비트코인‧이더리움 ETF' 흥행 가능할까

홍콩, 가상자산 ETF로 글로벌 금융허브 재도약 목표
미국보다 시장 규모 작고 중국 현지인 투자 불가…흥행 담보 어려워

중국의 특별행정구역인 홍콩이 아시아 처음으로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지만,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와는 형태와 상황이 다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자금 유입 규모 등 흥행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16일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가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한 가운데 홍콩의 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가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한 가운데 홍콩의 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홍콩, 아시아 처음으로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 배경은

지난 15일(현지시간) 홍콩이 아시아 처음으로 가상자산 현물 ETF를 승인한 배경은 무엇일까. 그동안 홍콩은 글로벌 금융허브 중 한 곳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경제 불안정 및 정치 리스크, 미‧중 관계 경색 등 원인으로 홍콩의 글로벌 금융허브 역할이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도 홍콩 H지수 하락으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이 커지며 대규모 피해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홍콩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준비해 왔지만, 지난해부터 신규 자금을 모을 수 있는 가상자산 분야에 공을 들여왔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22년 홍콩을 금융허브로 재도약 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혔고, 홍콩 정부는 지난해 가상자산 발전 로드맵을 선보이며 보폭을 맞췄다. 결국 중국의 야심찬 계획은 이번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로펌인 킹앤우드맬리슨스의 파트너인 앤드류 페이는 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서 "아시아 최초의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은 홍콩이 글로벌 디지털 자산 허브가 되기 위한 노력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라며 "아시아의 강력한 가상자산 투자자 기반과 현물 상환 기능 및 홍콩 달러 거래 지원이 결합돼 홍콩 ETF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 미국과 다른 부분은

홍콩 가상자산 현물 ETF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홍콩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는 이더리움이다. 지난 1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만 승인했지만,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차이나애셋매니지먼트 ▷보세라자산운용 ▷해시키캐피털 ▷하베스트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등이 신청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를 모두 승인했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 만큼은 아니지만 가상자산 시장을 이끄는 대표 코인 중 하나다. 이더리움을 기준으로 본다면, 홍콩이 ETF 출시 글로벌 첫 사례가 된다.

또 다른 점은 시장 규모 차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를 모두 출시했다고 하더라도 미국처럼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기에는 홍콩 시장 규모가 작다는 것인데, 블룸버그의 ETF 전문 애널리스트인 에릭 발추나스는 "자금 유입이 많지 않을 것이다. 5억 달러만 유입돼도 행운이다. 중국 현지인들은 투자도 불가능하다. 홍콩 자산운용사 규모도 미국보다 훨씬 작다"며 홍콩의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 영향력이 미비할 것으로 내다봤다.

발추나스가 제시한 5억달러, 현재 환율로 환산시 한화 약 7천억원 수준이다. 중국과 홍콩 정부가 치열하게 준비한 노력에 비하면 그 규모가 크지 않다는 평가다. 반면, 미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에는 지난 3월 말 기준 약 120억달러(16조6천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가상자산 분석 전문가인 정석문 프레스토 리서치센터장은 홍콩 가상자산 현물 ETF 시장에 1년간 100억~200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봤다. 5억달러보다는 큰 금액이지만 2개월 만에 120억달러 순유입을 기록한 미국에 비하면 여전히 적다.

정 센터장은 긍정적인 평가의 이유로 '가상자산 현물 ETF 투자자들의 24시간 유동성 수요(미국과 홍콩 시차)'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글로벌 통화 자산에 대한 중국 투자자들의 강한 선호' 등을 꼽았다.

특히 정 센터장은 홍콩의 가상자산 현물 ETF가 현물 환매 가능한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봤다. 그는 "미국은 ETF를 현금으로만 교환 가능하다. 그런데 홍콩은 비트코인으로 ETF 교환이 가능하다. 이 같은 현물 환매 방식은 현금 환매보다 절차가 단순하기 때문에 절세와 비용 절감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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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출시는 언제쯤

홍콩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가 승인되며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도 모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21일 '22대 총선 디지털자산 공약'을 통해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의 발행·상장·거래 허용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아직은 신중해야 한다는 금융위원회의 입장과 대비되는 공약이지만, 민주당이 제22대 국회에서 다수석을 차지하며 공약 이행에 대한 기대 역시 높아지는 상황이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도 가상자산 현물 ETF가 승인된다면, 투자자를 비롯해 가상자산 업계와 증권업계 모두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매 선거마다 가상자산 투자자 표심을 노린 공약들이 발표돼 왔는데, 이번만큼은 선거용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가상자산 글로벌 경쟁력은 매우 떨어지는 수준이다. 더 이상 세월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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