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직접 브리핑 나선 尹…1년 5개월 만에 기자 질문도 받았다

취임 후 첫 인선 직접 발표
'정치하는 대통령' 변화 의지…앞으로 지속될지 관심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정진석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브리핑에 직접 참석해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정진석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브리핑에 직접 참석해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에서 집권여당이 참패하며 리더십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확 달라진 모습으로 국민 앞에 섰다. 그간 미리 준비된 원고만 일방적으로 국민에게 전달하고 기자 질문을 받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이날 두 차례나 브리핑에 나서 직접 연단에 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직접 제안하는 등 변화를 암시했던 윤 대통령이 이날 추가 행동도 선보이면서 '정치하는 대통령'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진석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을 하며 다른 참모에게 맡기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인사를 발표했다. 옅은 하늘색 넥타이에 짙은 남색 정장 차림의 윤 대통령은 이날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신임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정 의원과 함께 브리핑룸에 등장했다.

그는 먼저 기자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 뒤 마이크를 쓰지 않고 그대로 연단에 서서 발표를 이어갔다. 이어 대화를 나누는 듯한 말투로 정 의원 이력을 소개하며 "잘 수행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무회의 모두발언이나 대국민 담화에서 보여준 격앙된 말투와는 다소 다른 모습으로 얘기 도중 간간이 미소를 띠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기자들과 만나 직접 인사를 발표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그는 당선인 시절 초대 내각 명단을 직접 발표한 적이 있지만 취임 이후에는 주로 비서실장이 인사 발표를 대신해 왔다.

비서실장 인사 발표를 마친 뒤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기자 질문에 답했다. 윤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기자 질문을 받은 것은 2022년 11월 18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 이후 1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2022년 8월 17일 취임 100일 이후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다.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나 부산 엑스포 유치 불발 관련 담화 때도 따로 질의응답은 하지 않았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해 5월 2일에는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기자단 오찬 간담회가 있었지만 이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러한 윤 대통령의 이례적 행보는 이날 오후 홍철호 신임 정무수석 인선 발표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됐다. 직접 연단에 선 것은 물론 국정 운영 방향, 후임 총리 지명 등 현안 사항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즉석에서 답했다.

총선 참패 후 12일 만에 비서실장, 정무수석 인선을 마무리한 윤 대통령은 정치인 출신을 기용하며 소통과 정무에 힘을 쏟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힘의 상징색인 붉은색이 아닌 푸른 계열 넥타이를 착용한 점도 향후 여소야대 국면에서 거야와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9일 윤 대통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전화 통화로 영수회담을 제안한 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 등 참모진 회의에서 정치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그간 본인 의도와 달리 독선과 불통의 이미지가 강화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정치하는 대통령'으로 통치 스타일에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총선 참패 후 이어오던 침묵을 깨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점은 긍정적으로 볼 만하다"면서 "다만 일회성에 그칠지, 앞으로 지속해서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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