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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왕따·거식증 앓는 딸, 남편은 뇌출혈…“그래도 희망은 있겠죠”

유년기 때부터 가정폭력 시달려…남편 대신 가장 역할 도맡아
사춘기 딸 학교생활 힘들어하고, 음식도 거의 안 먹어
뇌출혈 휴유증 시달리는 남편…생계 막막한데 일자리 구하기 어려워

지난 26일 류가영(가명·52) 씨가 가정의 달에 판매할 카네이션 꽃다발을 만들고 있다. 박성현 기자
지난 26일 류가영(가명·52) 씨가 가정의 달에 판매할 카네이션 꽃다발을 만들고 있다. 박성현 기자

"밥 더 안 먹어?"

딸 민주(가명·14)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다 이내 곧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하루 세 끼는 물론 간식까지 잘 챙겨 먹던 아이가 어느새 안 먹는 음식이 늘어나더니 먹는 양 자체도 크게 준 것이다. 방에 들어간 민주는 유튜브 '먹방'을 보는 걸로 식사를 대신한다.

그런 딸의 모습을 볼 때마다 엄마 류가영(가명·52) 씨는 가슴이 미어진다. 혹시나 본인의 말과 행동에 딸이 상처를 받아 저러는 건 아닐까 자책이 이어지는 탓이다. 늘 밝고 씩씩했던 딸을 되돌릴 순 없을까. 걱정과 슬픔이 가영 씨를 에워싼다.

◆ 어릴 적부터 가정폭력…차가운 현실 견뎌내

가영 씨의 가장 오래된 기억은 3살 무렵 친할아버지에게 머리채를 잡혀 맞는 장면이다. 지인에게 사기를 당하고 모든 것을 잃어버렸던 할아버지는 가영 씨에게 유독 가혹하게 굴었다. 가영 씨 위로 오빠가, 밑으로 여동생이 2명이나 있었지만 다른 이들에게 크게 화낸 적은 없었다. 가영 씨가 한참을 맞고 있어도 가족 누구도 할아버지를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가영 씨에게 불친절하긴 마찬가지였다. 가난을 벗어나는 길은 공부뿐이라는 생각에 학교생활도 열심히 했지만, 돌아오는 건 교사들의 냉담한 반응이었다. 심지어 가영 씨가 부반장으로 뽑히자 담임 교사는 집에 돈이 많은 사람이 학급 임원을 맡아야 한다며 자진사퇴를 강요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영 씨는 꿋꿋이 인생을 버텨내왔다. 3년 내내 장학금을 받으며 여상을 졸업한 그는 새로운 꿈을 품고 떠난 인도에서 지금의 남편 진성(가명·49) 씨를 만났다. 쳇바퀴 같던 일상을 뒤로하고 간 여행지에서 만난 둘은 사랑을 키웠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2009년 결혼했다.

알고 보니 종갓집의 차남이었던 남편은 형을 대신해 사실상 집의 후계자 노릇을 하던 상황이었다. 그만큼 가영 씨를 향한 시부모의 간섭은 심했고, 남편 역시 부모 땅에 농사를 짓는 것 외에는 별다른 재주가 없었다. 이 또한 받아들인 가영 씨는 남편의 고향에서 터를 잡고 생활을 이어갔다.

그 사이 남편이 동업자와 준비했던 일이 어그러지고, 시부모와 크고 작은 충돌도 계속됐지만 가영 씨는 무너지지 않았다. 생계도, 아이들의 교육도 본인이 다 해낼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는 집에서 살림만 해야 한다는 시부모의 간섭을 뒤로하고 가영 씨는 유치원 보조교사, 식당 일들을 하며 아이들을 키워냈다.

◆ 생계 버거운데 딸·남편도 아파...일자리는 감감무소식

그런 가영 씨가 처음 무너졌던 건 아이들이 학교와 유치원에서 따돌림을 당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다. 원래 살던 곳에 있던 초등학교는 입학생이 민주뿐이라 황급히 이사를 했는데, 새로 간 동네의 아이들이 민주와 연년생 동생 민우(가명·13)를 일방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다. 본인들의 동네가 아닌, 시골에서 왔다는 게 이유였다.

민우는 그럭저럭 상처를 이겨낸 듯 보이지만 민주는 여전히 잔상에 시달리고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돼서도 매번 현장체험학습, 수학여행 등을 가지 않겠노라 떼를 쓸 정도였다. 5학년 때는 반에서 집단적으로 민주를 괴롭히는 아이들이 있어 가영 씨가 수차례 담임교사와 통화를 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꿋꿋이 버텨내는 것 같았던 민주는 본격적으로 사춘기에 접어들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자주 보였다. 본인이 정한 규칙들이 지켜지지 않는 날에는 강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음식을 잘 먹지 않은 것도 이때부터다. 키 164㎝, 몸무게 36㎏인 민주는 최근 거식증 진단을 받고 상담을 받고 있다.

문제는 병원비가 없어 민주가 장기적으로 치료를 받기 어렵단 점이다. 약값과 상담비 등 한 달에 50만원이 넘는 돈이 지속적으로 필요한데, 현재 일정한 수입이 없는 가영 씨네 상황으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가영 씨가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중년의 여성을 고용해 주는 곳이 적을뿐더러, 이마저도 정규직 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다.

심지어 지난해 남편도 '뇌막하출혈'로 쓰러져 근로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다. 쓰러졌던 당시 남편의 오른쪽 뇌는 3분의 1이 핏물로 차 있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으나 재발 위험성이 다분해 정기적으로 병원 검진을 받아야 한다.

이들은 최근까지 가영 씨의 실업급여 170만원과 주거급여, 교육급여 명목으로 나오는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올해 4월 마지막 실업급여를 받은 뒤 다시 수입이 끊겼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가영 씨가 '화훼장식기능사' 자격까지 취득했지만 그를 불러주는 곳은 없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가영 씨는 가정의 달을 앞두고 홀로 꽃다발을 만들어 인터넷 판매를 해 볼 요량이다. 갖은 시련이 닥쳐도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게 습관이라는 듯 그의 표정은 자신만만하다. 이번만 지나가면 좋은 날이 오겠지. 가영 씨는 버릇처럼 주문을 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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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뇌병변 장애 앓고 있는 김동현 씨에게 2,723만원 전달

선천적으로 뇌병변 장애 앓다 최근 병세 악화된 김동현 씨(매일신문 4월 16일 10면 보도)에게 2천723만8천221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농협광고기획감각(손근찬) 20만원 ▷전시형 10만원 ▷이상준 5만원 ▷이창영 5만원 ▷신장미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이장윤 2천원 ▷'재원수진' 5만원 ▷'김명숙도움' 3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물지 않는 마음의 상처 있는 김태호 씨에게 2,164만원 성금

애인에게 배신당한 뒤 우울증 앓다 빚더미 쌓인 김태호 씨(매일신문 4월 23일 10면 보도)에게 45개 단체, 140명의 독자가 2천164만3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대구은행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포항하우방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장현식) 45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구미현대병원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봉산교회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달서구약사회 10만원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피땀눈물(로지스올)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책나무도남독서학원(조혜리)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서성상회(박형근) 2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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