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대한민국 여름 날씨는 비교적 점잖게 지나갔다. 여름 초입이면 나타나는 집중호우와 태풍에 따른 피해 소식은 없었다. 그러나 과거 기록을 보면 7월은 늘 긴장감을 높여야 하는 시기였다. 아울러 올해는 '슈퍼 엘니뇨'라는 한국 뿐 아닌 전 지구적 기상 변수도 주시해야 한다.
지나간 여름(6월)보다 더 많이 남은 올해 여름의 기상은 어떤 모습일까?
◆태풍 무풍 끝나나
지난 6월 말 한반도 남쪽 멀리 태평양 바다에서는 7호 태풍 메칼라와 8호 태풍 히고스가 동시에 활동했다. 이어 7월 3일 낮 기준으로는 9호 태풍 바비와 10호 태풍 마이삭이 역시 태평양 바다에 함께 있다.
태풍 발생이 점차 잦아진다는 신호다. 태풍 2개 또는 3~4개가 함께 움직이며 이 중 한반도행 태풍도 예상된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이 바로 매년 7월이다.
다만, 지난해 국민들은 태풍 뉴스에 시큰둥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모두 27개의 태풍이 발생했지만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없었다. 모두 일본이나 동남아시아로 비껴간 것. 2009년 이후 16년 만에 다시 기록된 '영향 태풍 0개'의 해였다.
그러나 2024년엔 8월에 9호 태풍 종다리와 10호 태풍 산산, 2023년엔 7월 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하거나 영향을 주는 등 태풍은 거의 매년 이즈음부터 전 국민을 초긴장 모드로 만들었다.
실제로 기상청 평년 통계상 태풍은 7월부터 발생 수와 우리나라 영향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늘어난다. 1991~2020년 평균으로 7월에 태풍 3.7개가 발생하고,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도 1.0개로 증가한다. 일명 '가을태풍'이 오는 시기인 8~9월은 이 흐름이 더 강해지는 시기다.
통계 작성 이래 2년 연속으로 한국이 태풍 무풍 지대였던 적은 없었으니, 올해 7월부터는 한반도행 태풍 소식에 귀를 좀 더 기울여야 한다.
물론, 태풍이 반드시 상륙해야만 위험한 건 아니다. 태풍이 남쪽 바다의 수증기를 밀어 올리고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의 바람길을 바꿔 정체전선과 만나면 강수대를 강화할 수 있다.
◆7월 폭우의 기억
7월부터는 집중호우 가능성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늦은 봄부터 여름까지의 강수는 특정 시점에 몰아 내리는 경향을 보였다. 계절 단위나 월 강수량 평균 통계가 사실상 무의미하게, 엄청난 시간당 강수량 및 누적 강수량의 비가 도시 배수시설, 지하차도, 반지하 주택, 하천변 산책로, 산사태 취약지를 때렸다.
지난 2년 기록을 살펴보자. 2024년 7월과 2025년 7월 두 해 다 비가 여름 전체에 고르게 흩어지지 않고 장마철 또는 7월 중순 전후에 강하게 몰리는 경향을 보였다.
사실 2024년 여름 전국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장마철만 따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름철 강수량 대부분이 장마철에 집중됐고, 장마철 전국 강수량은 평년보다 많았다. 좁은 구역에 강한 비가 쏟아지는 사례가 잦았다.
7월 10일 전북 군산 어청도에서 시간당 146.0mm의 비가 관측됐다. 7월 17일에는 경기 파주와 의정부 등 수도권 북부에 시간당 100mm 안팎의 많은 비가 내렸다. 7월 24일에는 부산 사하에도 112.5mm의 비가 내렸다. 7월 내내 전국이 비에 잠긴 게 아니라, 강력한 집중호우가 반복됐던 셈이다.
2025년 7월은 좀 더 극단적인 사례다. 월 전체 강수량만 보면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적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상·하순에는 비가 거의 없었고, 중순에 비가 몰렸다. 그해 7월 16~20일 북서쪽 찬 기압골과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의 덥고 습한 공기가 맞물리며 전국적으로 200~700mm의 매우 많은 비가 내렸다. 7월 17일 충남 서산에 1시간 만에 114.9mm가 내렸고, 같은 날 1시간 동안 광주에도 76.2mm가 내려 도심이 침수됐다.
국민들에겐 좀 더 앞선 2022년 8월 8일 서울 동작에서 1시간 최다강수량 141.5mm가 측정되는 등 서울 강남을 비롯한 중부권에서 폭우 사태가 발생한 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기상청은 올여름 기온은 평년보다 높고, 6~7월 강수량이 평년보다 대체로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 역시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 더운 공기와 많은 수증기,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의 변동성이 겹치면 국지적으로 짧은 시간에 예측 수준을 넘어서는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다.
단순히 비가 많이 오는 게 아니라 비가 몰려 온다는 점이 중요하다. 장마철 전체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해도, 하루나 며칠 사이에 쏟아지면 곧장 재난이 된다. 초여름이 건조하고 더웠더라도, 한반도를 둘러싼 기압계가 바뀌는 순간 대기 중 수증기는 전국 어디든 때리는 폭우의 재료가 될 수 있다.
◆장마 공식의 변화
이쯤에서 독자들의 관심이 향하는 키워드는 '장마'일 것이다. 기상청이 장마철 시작을 알리면 생활 속 호우에 대한 대응 수준을 높이는 게 한반도에서 여름을 나는 오랜 습관이었다. 이 습관은 기상청이 2009년부터 장마 시작일과 종료일을 사전에 공식 예보하지 않으면서 변화하고 있다. 이는 한반도 기상 변화로 장마의 디테일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장마는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북쪽의 상대적으로 차고 건조한 공기가 만나 정체전선을 만들고, 그 전선의 영향으로 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내리는 현상을 뜻한다. 하지만 최근 여름비는 이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체전선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저기압, 대기 불안정,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의 수증기 유입이 겹치며 강한 비가 내린다. 장마철 한가운데에도 비가 오지 않는 날이 길어지고, 장마가 끝난 뒤 더 강한 폭우가 쏟아지는 일도 잦아졌다.
그래서 장마의 시작과 끝만 알면 되는 게 아니라, 수시로 좁고 강한 비구름대가 어느 지역에 걸리는지, 시간당 강수량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같은 지역에 비구름이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과거에 비해 예측도 어렵고 확인 역시 어려운 정보다.
◆호우 뒤 폭염 '이중고'
비가 온 뒤 폭염의 습격도 최근 한반도 여름 날씨를 체험한 국민들이 주시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7월에도 폭염, 집중호우, 다시 폭염의 순서로 여름 날씨가 진행됐다. 7월 상순 이른 무더위가 이어졌고, 중순에 기록적 호우가 발생하더니, 다시 하순에 극심한 무더위와 열대야가 나타났다. 비가 온다고 더위가 누그러지는 게 아니라, 비가 그친 후 습한 공기와 높은 해수면 온도가 더위를 되살리는 구조다.
이렇다보니 취약계층의 이중고가 우려된다. 호우 기간엔 침수와 산사태가 문제이고, 비가 그친 뒤엔 높은 습도의 폭염과 열대야가 문제다. 그래서 냉방 취약계층, 야외 노동자, 고령자, 만성질환자 등은 두 위험을 연달아 겪을 수 있다.
그래서 올여름부터 재난성호우 긴급재난문자, 폭염중대경보, 열대야주의보가 도입되는 등 기상 특보 체계가 한층 강화된다.
재난성호우 긴급재난문자는 기존 호우 긴급재난문자 발송 기준(1시간 강수량 50mm 이상이면서 3시간 누적 강수량 90mm 이상일 때 또는 1시간 강수량이 72mm 이상)보다 극단적인 상황(1시간 강수량이 85mm 이상이면서 15분 동안 25mm 이상의 폭우가 내리거나 1시간 강수량이 100mm 이상)일 때 발송된다. 단순 기상정보가 아니라 즉각적인 대피 신호로 받아들이라는 얘기다.
폭염중대경보는 그간 폭염 특보 단계에서 운영해 온 폭염주의보·경보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이다. 일 최고 체감온도가 38도 이상 또는 최고기온 39도 이상이 하루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되면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농촌 고령층이 폭염경보에도 야외에서 일을 하다 사망하는 사례가 이어지자 제도를 손 본 뉘앙스도 감지된다.
열대야주의보는 열대야(밤 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에 따른 온열질환 위험을 줄이고자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발효될 예정이다.
◆슈퍼 엘니뇨 변수
올해 폭염·폭우 수준과 관련해서는 엘니뇨 변수도 더해졌다. '슈퍼 엘니뇨'라는 키워드가 언론 보도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엘니뇨가 전 세계 기온과 강수량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쳐 폭염과 폭우 등 극한 기상 위험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한국만 따로 떼어 따질 수 없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지난 6월 11일 올해 엘니뇨 발생을 공식 발표했다. NOAA 산하 기후예측센터(CPC)는 이번 엘니뇨가 겨울로 갈수록 강화돼 매우 강한 수준을 보이며 1950년 이후 역대 가장 강력한 엘니뇨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엘니뇨는 적도 인근 태평양 중앙부 및 동쪽의 특정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면 선언된다. 슈퍼 엘니뇨는 학술 용어는 아니지만, 매우 강한 엘니뇨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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