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사뒷담] YS키즈 홍준표, YS손자 김인규에 "할아버지 안 닮아"

洪 지지 '청년의꿈'은 "음주전과자" 공세

홍준표 대구시장,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 홍준표 시장 페이스북,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 홍준표 시장 페이스북,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 청년의꿈 답변
홍준표 대구시장 청년의꿈 답변

홍준표 대구시장은 10일 김영삼 전 대통령 손자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공개 비판에 나서자 "할아버지 닮지 않았네"라고 평가하며 "한두번 날 비난한 것도 아닌데 뭘 새삼스럽게"라고 별다른 타격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준표 시장은 같은날 자신의 온라인 정치 플랫폼 '청년의꿈'에 김인규 전 행정관의 비판글을 봤는지 묻는 질문글이 올라오자 이같은 댓글을 남겼다.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 페이스북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 페이스북

▶김인규 전 행정관은 이날 오후 1시 21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홍준표 시장을 향해 "지금 집안이 흉흉한데 당의 분열을 획책하고 갈라치는 것이 월 50만원씩 당비를 내시는 당의 원로께서 하실 말씀인가"라고 물으며 당일 홍준표 시장이 페이스북에 쓴 글을 가리켰다.

홍준표 시장은 이날 오전 9시 48분쯤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계속 비판하는 이유를 설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을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라고 지칭하는 뉘앙스를 보였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벌인 지난 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소환, "내가 최근 한동훈의 잘못을 계속 지적하는 것은 지난 윤석열 후보와의 경선 때 저질렀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이다. 그 당시 민심에서는 10% 이상 앞섰으나 당심에서 참패하는 바람에 후보 자리를 내줬던 것인데 또다시 갑툭튀가 나타나 대한민국을 다시 혼란스럽게 하면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한동훈의 잘못과 무능을 미리 국민과 당원들에게 알리고 있지만 그에 따라 내가 받을 오해와 상처는 감안하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을 향해 "레밍처럼 맹종하는 정당이 되어선 안된다"고 했는데, 여기서 '레밍'은 과거 홍준표 시장이 대선 경선 당시 윤석열 캠프를 향해 던졌고, 이에 김인규 전 행정관이 반응했던 키워드이다.

홍준표 시장은 대선 경선 참가를 앞둔 국회의원(대구 수성을) 시기였던 2021년 8월 15일 오전 10시 5분쯤 페이스북에 당시 대권 도전을 선언하고 입당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에 몰려든 인사들을 가리킨듯 '레밍 정치'라는 표현을 했다.

떼를 지어 무작정 몰려다니다 땅 끝 절벽에서 바다로 빠져 익사하는 레밍(나그네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비유로 해석됐다.

당시 홍준표 시장은 "스스로 계파 졸개로 전락하는 일부 의원들을 보면 참으로 측은하다. 경선 후유증을 생각하면 그러한 레밍 정치는 참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윤석열 캠프 소속이었던 김인규 전 행정관이 이튿날인 2021년 8월 16일 오후 3시 21분쯤 페이스북에 홍준표 시장을 겨냥, "당 역사상 최악의 지방선거 참패(2018년 7회 지선)에 '줄세우기 공천'으로 비판받았던 분이, 정권교체를 염원하며 의기투합하는 사람들을 레밍, 뻐꾸기 새끼 등으로 폄훼하고 당의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홍준표 시장이 검사 시절 얻은 별칭인 '모래시계 검사'도 언급, "모래시계로 쌓아올린 업적과 명성이 한순간 무너질 모래성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2021년 8월 15일 페이스북
홍준표 대구시장 2021년 8월 15일 페이스북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 2021년 8월 16일 페이스북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 2021년 8월 16일 페이스북

그로부터 2년여가 흐른 이날 홍준표 시장이 재차 윤석열 대통령(갑툭튀) 및 윤석열 대통령과의 대선 경선 과정을 언급하고, 최근 국민의힘 상황을 두고 '레밍 정치'라는 표현을 다시 쓰자,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 측 인사로 분류되는 김인규 전 행정관이 닮은꼴 반응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홍준표 시장이 김인규 전 행정관의 비판에 대해 반응한 곳은 자신의 페이스북이 아니라 청년의꿈이었는데, 홍준표 시장이 적은 2개의 댓글 외에 청년의꿈 이용자들이 보인 반응도 눈길을 끈다.

이는 김인규 전 행정관이 페이스북 글에서 홍준표 시장을 향해 "정말 당을 위하시는 마음이시라면, 어떻게 다시 2030의 지지를 국민의힘이 가져올 수 있을지, 당의 젊은 정치인들을 어떻게 키워낼 수 있을지 그 해법을 말씀해 주시는 게 당을 30년간 꿋꿋하게 지켜온 어르신께서 해주실 역할 아니겠는가"라면서 "온라인에서 청년 타이틀 붙인 사이트 운영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청년의꿈을 공개적으로 평가절하한 게 발단이 된 맥락이다.

청년의꿈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 관련 글
청년의꿈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 관련 글

이와 관련해 청년의꿈에는 김인규 전 행정관을 비판하는 여러 건의 글이 올라왔다. 홍준표 시장의 댓글과 비슷한 맥락에서 할아버지 욕 보이는 짓을 한다는 반응, 김영삼 전 대통령이 홍준표 시장을 발굴(정계 입문에 앞선 발탁)한 점을 들어 홍준표 시장에 대한 비난은 곧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라는 주장, '초선 주제에'(정확히는 이번 22대 총선에서 공천 탈락해 0선) 건방지게 홍카(홍준표 시장 애칭)를 건드렸느냐는 표현, 김인규 전 행정관의 대학생 시기 음주운전 벌금형 전과 언급 등이 확인된다.

김인규 전 행정관이 홍준표 시장에 대한 공격을 넘어 수많은 지지자들의 자존심도 건드린 데 따른 결과인 셈이다.

2008년 10월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과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2008년 10월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과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한편, 홍준표 시장은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로 있던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 'YS키즈'로 분류된다. 발탁된 직후인 1996년 15대 총선 서울 송파갑에서 당선되면서 처음 국회에 입성했다.

홍준표 시장은 지난 2013년 경남지사 취임 1주년 때 트위터에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표현을 쓰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1993년 발언을 인용했다고 설명하는 등 꾸준히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언급한 바 있다.

이어 홍준표 시장은 2015년 11월 22일 별세한 김영삼 전 대통령 장례위원회에도 위원장(황교안 당시 국무총리) 다음으로 부위원장 6인 중 1인으로 참여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YS와의 연결고리는 예전보다는 옅어진듯하다. 특히 김인규 전 행정관이 2021년 윤석열 경선 캠프에 참여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홍준표 시장을 꺾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뽑힌 후인 2022년에는 아버지(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동국대 석좌교수도 윤석열 대선 캠프 특별고문으로 합류하며 당내 서로 구분되는 영역에 자리한 모습이다.

이어 이번에 마치 2021년과 흡사한 온라인 공방이 재차 홍준표 시장과 김인규 전 행정관 사이에 나타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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