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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결혼식 안 하면 어때?" 축의금도 거부한 국회의원

김근태 국민의힘 의원. 출처: 매일신문 유튜브
김근태 국민의힘 의원. 출처: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

자신 혹은 가족 경조사를 알리며 계좌번호까지 적는 국회의원들로 채워졌던 21대 국회, 마지막 화촉은 남달랐다.

21대 국회 종료를 넉 달 앞두고 국민의힘 비례의원직을 승계한 김근태(34) 의원의 혼인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 그런데 결혼식도, 축의금도 없었다. 불필요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허례허식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혼인 신고만 한 것이다.

김 의원은 17일 오후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출연해 비례의원직을 승계한 직후인 2월21일 새신랑이 됐다고 밝혔다.

결혼식도, 계좌 공개도 없었다. 그는 "결혼식을 준비하면 한도 끝도 없이 추가해야 될 것들이 많이 생길 텐데, 그러다 보면 '축의금을 받으면 되지'라는 합리화를 하게 될 것 같았다"며 "남의 돈으로 허세부리는 느낌이 들어서 결혼식을 안 했다"고 말했다.

결혼식 생략은 김 의원의 아내가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그는 "아내가 '허례허식 싫다', '안 하는 방향이 더 좋은 것 같다'고 해서 '이 여자다' 싶었다"고 했다.

반대는 크지 않았다고 한다. 김 의원은 "처제도 결혼식을 안 했다. 아내 집안 자체가 결혼식을 안 하는 것에 대한 장벽이 크지 않았다"며 "저희 쪽의 경우, 아버지께선 크게 신경 안 쓰셨는데 어머니께서 좀 아쉬워하셨다. 아들 잘 키웠다는 걸 주변 분들한테 결혼식이라는 기회를 통해 좀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 설득해 가족, 친척, 친한 몇 분 모시고 식사 자리로 마무리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그럼 축의금을 회수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진행자 이동재의 질문에 "저도 친구들 축의금 많이 내고 했지만 제가 축하하는 마음에서 한 것이지 '너도 언젠가 꼭 나한테 줘야 해' 같은 마음으로 낸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 국회의원 신분에서 결혼식을 하게 되면 현재 내 그릇으로 담을 수 없는 거대한 감사함이 따를 것"이라며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바로 혼인신고를 했다. 그는 "혼인 신고를 하면 대출 등에 있어서 부부 초기 자산 증식에 유리하지 못한 측면들이 있다. 그런데 결혼식도 안 하는 마당에 혼인 신고까지 안 해버리면 우리 결혼이 가벼워지지 않을까 싶어서 혼인 신고를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했다.

그는 "주변 얘기들 들어보면 결혼식 준비하면서도 또 굉장히 많이 싸우는 것 같다"며 "결혼식을 생략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둘만의 관계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권은희 전 국민의힘 의원이 1월29일 탈당하면서 공석이 생긴 비례대표 자리를 이어받았다. 권 전 의원이 국민의당(2022년 5월 국민의힘과 합당) 비례대표 후보 3번이었고, 김 의원이 4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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