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차기 대선 영향 고려해 이화영 1심 선고 늦춰 달라는 변호인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다음 달 7일로 다가온 가운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 변호인이 "이화영에 대한 유죄 판결은 향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유죄를 추정하는 유력한 재판 문서로 작용할 것"이라며 선고 기일을 연기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이 향후 대한민국 정치권력 향배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재판부가 이화영과 공범으로 기재된 이재명의 유죄를 설시(說示)하려면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A라는 인물이 재판을 받고 있고, 그와 공범으로 기재된 B라는 인물이 진행 중인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는 만큼 A에 대한 유죄 선고를 미뤄 달라면 말이 되겠는가? 지금 변호인은 '충분한 검토'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이 대표의 차기 대선 출마가 예상되는 만큼 그에게 불리할 수 있는 재판을 연기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재판하던 강규태 부장판사가 시간을 끌다가 올해 1월, 선고를 목전에 두고 사직서를 낸 바 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재판을 맡았던 김미리 당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역시 시간을 질질 끌더니 2021년 4월 개인적 이유로 휴직했다. 그 결과 1심 선고까지 무려 3년 10개월이 걸렸다. 그 사이 송철호 전 울산시장은 임기를 마쳤고, 황운하 의원은 이달 29일이면 4년 국회의원 임기를 다 채운다. 재판이 지연되는 바람에 4·10 총선에서 재선에도 성공했다.

판사가 재판을 끌거나 선고를 앞두고 휴직이나 사표를 던지는 것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제도를 이용한 합법적 악(惡)임은 명백하다. 판사나 검사를 비롯한 공직자들이 저지르는 '합법적 불의(不義)'는 법과 제도에는 어긋나지 않지만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은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범죄보다 훨씬 크다. 이 대표 재판이 '정치'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 대표 본인 재판은 물론이고, 그와 연관된 재판은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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