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한의 오물 풍선 공격, 엄중 경고하고 철저히 대비해야

북한이 대형 풍선에 매달아 날린 '대남 오물과 전단(삐라)'이 전국 200여 곳에서 발견됐다. 전단과 오물 등은 경기도와 강원도 등 접경지역은 물론이고 접경지에서 직선거리로 250㎞ 이상 떨어진 경북 영천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해 일각에서는 기껏해야 오물인데 호들갑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그렇게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이번에 북한이 날려 보낸 풍선은 '타이머 장치'로 추정되는 기기가 설치돼 목표 지점까지 날아간 다음 터지도록 돼 있었다고 한다. 또 북한은 풍선을 날리는 동시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 교란도 시도했다. 이는 북한이 우리 방어망을 뚫고 풍선에 생화학 물질이나 폭발물 등을 매달아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생화학 물질이나 폭발물이 아니더라도 풍선에 달린 물질이 주택과 농가 비닐하우스 파괴를 비롯해 공항, 고속도로, 군기지 등에 떨어져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실제로 2016년 북에서 날아온 오물 풍선에 자동차와 주택 지붕이 파손되기도 했다.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낸 직후인 28일 밤 11시 35분쯤 서울 북부와 경기·강원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 '북한 대남 전단 추정 미상 물체 식별. 야외 활동 자제. Air raid Preliminary warning(공습 예비 경보)'라는 지자체발(發) 문자가 발송됐다. 이에 네티즌들이 "Air raid(공습)라는 말에 전쟁 난 줄 알았다" "재난 문자 때문에 잠 다 깼다" "대북 전단이나 풍선 몇 개 가지고 이 밤에 재난 문자 보낼 일이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재난이나 공습은 밤낮이 따로 없다. 위험이 예상되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즉각적으로 알리는 것은 당연하다. '겨우 풍선 몇 개 날아온 걸…'이라는 식으로 반응할 일이 아니다. 화재경보기가 울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공습경보가 울려도 무심하게 생각하거나 귀찮게 여기면 안전을 지킬 수 없다. 정부 당국은 북한의 오물 풍선 공격에 철저히 대비하는 동시에 풍선 공격이 반복될 경우 대북 확성기 방송도 재개할 수 있음을 경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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