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산 가르침 전한 20년 여정…박석무 이사장 "이제는 실천할 때"

다산연구소 20주년 맞아…"매 순간 정성 다한 다산의 삶 기억해야"
"공정과 상식, 말로만 외치니 나라가 시끌…행동으로 옮겨야"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지난 28일 경기 수원 다산연구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며 다산의 주요 사상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지난 28일 경기 수원 다산연구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며 다산의 주요 사상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지난 28일 경기 수원 다산연구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지난 28일 경기 수원 다산연구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렴하고 깨끗한 공직자들이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고,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백성이 큰소리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다산의 생각을 이야기로 풀어 쓰려합니다."

2004년 6월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편지 한 통을 썼다.

제13대·14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전남대 교수 등 다양한 활동을 하던 그가 다산연구소에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딘 순간이었다.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의 삶과 사상을 다루는 칼럼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연구소와 함께 걸어온 20년 한 길이다.

지난 28일 경기 수원에서 만난 박석무 이사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200여년 전 다산이 남긴 사상과 가르침을 되새기며 많은 사람과 나눠온 시간"이라고 돌아봤다.

박 이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다산학자', '다산 전도사'다.

1942년 전남 무안의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한학을 배웠고 전남대 대학원에서 '다산 정약용의 법사상'이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다산을 평생의 연구 과제로 삼았다.

다산이 유배지에서 가족과 지인에게 보낸 서신을 엮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1979)를 비롯해 '다산기행'(1988), '다산 정약용 평전'(2014) 등 여러 저서도 펴냈다.

연구소의 첫 사업으로 시작한 칼럼은 어느새 그를 대표하는 '상징'처럼 됐다.

초반에는 일주일에 5번 썼다가 이후에는 주 1∼2회, 월 1회 연재하고 있으나 한 번도 빼놓은 적이 없다. 여행을 가더라도 정해진 날짜에는 꼭 글을 쓴다고 한다.

차곡차곡 쌓인 칼럼이 어느새 1천220회. 지금도 약 30만명이 칼럼을 구독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보통 월요일에 글을 쓰는데 지난 20년간 '결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일정이 있거나 공휴일이 겹치더라도 독자들을 생각하면서 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다운 사람, 나라다운 나라를 꿈꿔왔던 다산의 생각과 학문적 성과, 목표 등을 널리 알려왔다"면서 "박석무가 없으면 다산이 없다는 세간의 평가도 있다"며 웃었다.

박 이사장은 '공렴'(公廉)의 가치를 널리 알린 게 연구소의 큰 성과라고 힘줘 말했다. 공정과 청렴을 뜻하는 '공렴'은 박 이사장이 평소 숱하게 외치는 단어다.

그는 "다산이 28세에 문과에 급제한 뒤 쓴 시에서 찾아낸 부분이 '공렴'"이라며 "다산의 모든 논리는 공렴으로 귀결되며 자신도 공렴을 실천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이어 "주자(朱子·1130∼1200) 성리학의 관념 세계를 경험 세계로 바꾼 것도 다산"이라면서 "이런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밝힌 것도 연구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연구소 사정이 늘 좋았던 것은 아니다.

박 이사장은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못 챙길 정도로 어려운 적도 있었다. 도와달라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해 고민도 많았는데 20년간 이렇게 활동을 이어온 게 기적"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연구소를 출범한 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단언했다.

"당시 60대 초반이었으니 어떤 활동을 하기에도 좋은 때였죠. 정치를 다시 하라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저 스스로는 '패자'의 길이 아니라 '승자'의 길로 간 것이라 생각합니다." (웃음)

오늘날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다산의 가르침은 무엇일까.

박 이사장은 잠시 고민한 뒤 한자 '정성 성'(誠) 한 글자라고 단언했다.

"정성 안에는 거짓이 배제되고 속이는 일이 없습니다. 다산의 일생을 돌아보면 매 순간 정성을 다해 살았습니다. 진실을 추구하고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일, 그것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는 다산 학문의 두 축으로 경학(經學)과 경세학(經世學)을 꼽으며 앞으로 할 일이 많다고 했다.

박 이사장은 "경학은 인격을 수양하고 일깨워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고, 경세학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제는 실천에 옮겨서 그 뜻을 실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근 사회·정치 상황에 대해서는 "공정과 상식을 내걸었지만, 말로만 하니 나라가 시끄럽지 않느냐"며 "말에서 그칠 게 아니라 실천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그동안 다산의 철학과 사상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라며 "연구소 또한 이런 점을 목표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다음 달 창립 20주년을 축하하는 행사를 열 예정이다.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과 공동으로 여는 학술대회에서는 그간 연구소가 간행한 책 등 주요 성과를 소개하고 앞으로의 운영 방향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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