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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未忘] "그 소리가 들렸어요" 생존자들이 말하는 산사태 발생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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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군의 한 부부, 쿵 소리에 새벽에 깨 안방 창문으로 탈출
어두운 새벽 차를 덮치는 흙더미를 뚫고 마을회관으로 대피
전문가 "산사태 발생 징후 포착 후 신속한 대피 중요"

지난달 18일 찾은 경북 봉화군 학산리 한 농촌 마을. 이곳은 지난해 7월 15일 집중호우에 의한 산사태로 집을 잃은 주희원(가명·50), 심지애(가명·48) 씨 부부의 집이 있던 곳으로, 현재는 집 터만 남아있다. 윤정훈 기자
지난달 18일 찾은 경북 봉화군 학산리 한 농촌 마을. 이곳은 지난해 7월 15일 집중호우에 의한 산사태로 집을 잃은 주희원(가명·50), 심지애(가명·48) 씨 부부의 집이 있던 곳으로, 현재는 집 터만 남아있다. 윤정훈 기자

'쿵쿵쿵, 잠에서 깨 필사의 탈출…간발의 차이로 구사일생'

지난달 경북 봉화군 한 카페에서 만난 주희원(가명·50), 심지애(가명·48) 씨 부부는 긴박했던 그날의 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부부는 2011년도부터 봉화군 학산리 농촌 마을에서 사과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지난해 여름도 이전과 별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날들이었다. 7월 14일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날 저녁부터 비가 세차게 쏟아지더니 오후 11시쯤부터 돌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쿵, 쿵, 쿵' 둔중한 땅의 울림이었다. 마을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뭔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희원 씨는 새벽까지 깨어 있었다. 그러다 15일 오전 3시쯤 희원 씨가 꾸벅꾸벅 졸고 있던 그때, 이번엔 아내 지애 씨가 놀라 눈을 떴다. 쿵~쾅! 하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밖을 확인하려고 현관문을 열었으나, 이미 토사에 가로막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대신 살짝 벌어진 문틈으로 진흙이 무섭도록 흘러 들어왔다. 지애 씨는 서둘러 남편을 깨우고 현관 반대편에 있는 안방으로 갔다. 다행히 열린 창문을 통해 부부는 집 밖으로 빠져나왔다.

마침, 전날 '비가 많이 오면 마을회관으로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이 떠올랐던 부부는 각자 승용차와 화물차를 운전했다.

지애 씨보다 나중에 출발한 희원 씨의 화물차가 토사에 절반쯤 묻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진땀을 빼기도 했다. 륜 기어로 바꾼 뒤 가속 페달을 세게 밟자, 차가 순간적으로 튀어 나가며 빠져나올 수 있었다.

희원 씨는 "사륜구동이 아니었으면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 같아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고 회상했다.

폭우를 가르며 구불구불한 외길을 달린 부부. 보이는 것은 서로의 전조등, 후미등 불빛뿐이었다. 그 희미한 빛에 의지하며 부부는 무사히 마을회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지난해 여름 경북 곳곳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가 많은 비극을 낳았지만, 이처럼 산사태 발생 징후를 포착하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목숨을 구한 사람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호우 및 산사태 예보에 따른 신속한 대피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군우 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표적인 산사태 발생 징후로는 '소리'가 있는데, 산비탈에서 흙이나 돌 등이 떨어질 때 나는 소리, 돌 등이 깨지면서 겨울에 얼어붙은 저수지가 갈라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릴 수 있다"며 "산사태는 발생 이후에는 대피가 어렵기 때문에 결국 장기적으로 '예측'이 중요하다. 즉, 빠르게 예측하고 신속하게 대피를 시켜 인명피해를 막는 것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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