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의 청년이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박태준(20·경희대)이 한국 선수 최초로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에서 정상에 오르며 이번 대회 한국 태권도에 첫 메달을 안겼다.
세계랭킹 5위인 박태준은 8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에 출전해 26위인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에 기권승을 거뒀다.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박태준이 선제 득점했으나 마고메도프가 부상으로 쓰러진 뒤 경기를 계속 이어나가지 못해 승부가 끝났다.
이번 우승으로 박태준은 우리나라 최초로 이 체급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체급에선 '태권 영웅' 이대훈 대전시청 코치가 2012 런던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게 최고 성적이었다. 더구나 2020 도쿄 대회에서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태권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는데 박태준의 금메달로 이번 대회에서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회복했다.
박태준은 우리 태권도의 샛별. 한성고 재학 중이던 2022년 국가대표로 처음 발탁됐고, 고3이던 2022년 월드그랑프리에서 우승한 데 이어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제패했다. 그리고 생애 첫 올림픽인 이번 무대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박태준의 금메달 행보에서 최대 고비는 준결승전. 세계랭킹 1위인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튀니지)를 상대로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됐다. 박태준은 장신인 젠두비를 맞아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접근전을 전개하는 등 공세를 이어가며 2대0으로 승리, 한숨을 돌렸다.
결승 상대인 마고메도프도 만만치 않았다. 마고메도프는 준결승에서 도쿄 대회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랭킹 4위인 비토 델라킬라(이탈리아)를 잡아내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부상에 발목이 잡히며 박태준을 넘어서는 데 실패했다. 이날 1라운드 종료 1분 7초 전 발차기 도중 왼 정강이 부위 통증을 호소하며 쓰려졌는데 결국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박태준은 상대를 계속 압박해 1라운드를 9대0으로 앞선 채 끝냈고, 2라운드에서도 발차기 공세를 이어갔다. 어렵게 버티던 마고메도프는 13대1로 뒤진 경기 종료 1분여 전 다시 통증을 호소하며 쓰려졌다. 그리곤 일어나지 못해 경기를 포기해야 했다. 박태준은 경기 직후에 이어 시상대에 설 때까지 마고메도프와 서로를 챙기며 '동료애'를 나눴다. 파리에서 채정민 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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