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디플레이션(deflation, 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의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경제 전반의 물가를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인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눠 계산)가 지난 2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이는 1999년 이후 최장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이어질 것이라는 다수 경제기관의 전망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통계 발표가 시작된 1993년 이후 최장이 된다. BNP파리바는 GDP 디플레이터가 내년까지 마이너스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봤고, ANZ는 향후 2개 분기 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내년 초까지 몇 개 분기 더 마이너스일 수 있다고 평가했고, BCA리서치는 디플레이션이 적어도 다음 12개월 동안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날 발표된 중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0.6% 올라 7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근원 CPI(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 제외) 상승률은 0.3%에 불과했다. 이는 3년여 만에 최저였다.
디플레이션 우려 속에 시중 자금이 채권시장에 몰리면서 중국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간 상태다. 모건스탠리의 로빈 싱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임금 하락 등을 근거로 "일본의 전례에서 알 수 있듯, 디플레이션이 길어질수록 이를 타개하기 위해 더 많은 부양책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디플레이션으로 중국 가계와 기업의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디플레이션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중국 가계가 임금 하락으로 씀씀이를 줄이거나 물가 하락을 예상해 소비를 뒤로 미루면, 기업들은 매출 감소 속에 투자를 줄이고 임금 삭감이나 해고 등에 나설 수 있다.
한편, 차이신인사이트그룹 등의 자료를 보면 전기차 제조업체나 신재생 에너지 업체들의 지난달 기준 직원 초봉은 2022년 고점 대비 10%가량 줄어들었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의 '잃어버린 수십 년' 시기에 볼 수 있었던 사이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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