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만에 성사된 대결이 비로 멈췄다.
삼성은 2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에 출격했으나 비 때문에 홈팀 KIA 타이거즈와 경기를 끝내지 못했다. 삼성이 1대0으로 앞서던 6회초 폭우로 경기가 중단된 뒤 끝내 속개되지 못해 서스펜디드 게임(일시 정지 경기)이 선언됐다.
한국시리즈에서 서스펜디드가 선언된 건 이번이 처음. 프로야구를 주관하는 KBO는 "한국시리즈 때 6회말까지 소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비가 계속 내려 경기를 속개하지 못할 경우 서스펜디드가 선언된다. 2차전이 열리기 전 오후 4시부터 1차전 남은 경기를 진행한다"고 했다.
단기전 승부에선 기선을 제압하는 게 중요하다. 7전 4선승제로 펼쳐지는 한국시리즈도 마찬가지. 역대 한국시리즈 기록을 살펴보면 1차전에서 이긴 팀이 우승할 확률은 72.5%(40회 중 29회)나 됐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최다 진출팀. 19번 한국시리즈에 나섰고 8번 우승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 KIA를 3번 만나선 모두 패했다. 1986년 1승 4패, 1987년 4패, 1993년 2승(1무) 4패로 물러났다. 1993년 이후 31년 만에 다시 만나 설욕하려면 첫 경기에서 이길 필요가 있었다.
더구나 삼성은 '차포'를 모두 뗀 상태. 1선발 코너 시볼드가 부상으로 복귀하지 못한 데다 공격의 핵 구자욱이 무릎 부상 여파로 경기에 나설 수 있을지 불투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믿을 만한 선발인 토종 에이스 원태인을 투입한 경기마저 내주면 1패 이상의 충격이 될 수 있었다.
삼성 타선이 KIA 선발 제임스 네일을 얼마나 빨리, 잘 공략하느냐가 이날 승부의 관건이었다. 네일은 이번 시즌 평균자책점 1위(2.53)로 맹위를 떨친 KIA의 에이스. 8월말 강습 타구에 맞아 턱이 골절된 뒤 재활을 거쳐 다시 마운드에 섰다.
이날 예상대로 원태인은 순항했다. 네일도 초반 잠시 제구가 난조를 보였으나 이내 안정을 찾았다. 0대0으로 팽팽하던 승부의 균형을 깬 건 삼성의 김헌곤. 6회초 무사에서 우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이전까지 5이닝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던 네일에게 일격을 가하는 순간이었다.
반면 원태인은 실점하지 않고 5이닝을 2피안타로 버텼다. 하지만 원태인의 분투도 허사가 됐다. 오후 9시 24분 삼성이 1대0으로 앞선 6회초 김영웅의 타석 때 폭우 탓에 주심이 경기를 중단했고, 이후 경기가 속개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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