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바다, 파도〉
포구의 야트막한 언덕에 앉아서
저녁 바다를 바라본다
등대에 불이 켜지고
고기잡이배 몇몇이 포구로 돌아온다
파도는 쉬지 않고 마냥
바다의 속살을 닦고 있는 것일까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섬들 사이
나도 조그만 섬이 된다
섬이 된 채 불러도 돌아오지 않는다
먼 곳에서 가까이로
끝없이 밀리는 파도는
바다의 속살을 닦고 있는 것 같다
<시작 노트>
먼바다가 바라보이는 낯선 포구에 홀로 깃들어 속절없이 떠도는 나를 찾아 나서 본다. 날마다 길을 나서지만 어디로 가는지, 가도 가도 언제나 거기가 거기인 것만 같아 꿈에 날개를 달아 보아도 부질없다. 이 포구의 사람들은 먼바다가 생존(생활)의 현장이라 거의 날마다 배를 타고 조업에 나서겠지만, 어떤 생각들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을는지? 하지만 고기잡이배들이 돌아오는 모습을 바라보는 아낙네들의 얼굴 표정이 환해 보여 부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아무래도 나는 불러도 돌아오지 않고 먼바다에 희미하게 떠 있는 작은 섬 같고, 심지어 그 섬의 나무에 매달린 하나의 나뭇잎 같다는 생각이 들 따름이다. '지금 여기'에서의 나는 여전히 '내가 찾는 나'를 만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도연명의 '무릉도원', 허균의 '율도국'은 영원히 이를 수 없는 이상향들이겠지만, 나는 끊임없이 그런 이상향을 향한 꿈을 꾸기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먼바다는 내게 그런 화두를 던져주기도 한다. 바다는 끝없이 파도를 끌어안고 있으며, 파도는 바다의 속살을 하염없이 닦고 있기 때문일까. 날 저물 무렵의 속 깊은 먼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파도에 시달리며 작아지는 외딴섬 같으면서도 내가 찾던 나를 만나게 해 줄 것 같은 느낌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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