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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모의 영혼의 울림을 준 땅을 가다] 황금빛 신앙과 국경의 열기, 암리차르에서 마주한 인도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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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연못 한가운데 빛나는 황금 사원은 마치 우주에 떠 있는 성소처럼 신비롭고 찬란하다.
성스러운 연못 한가운데 빛나는 황금 사원은 마치 우주에 떠 있는 성소처럼 신비롭고 찬란하다.

◆신의 도시 '암리차르'

인도의 수도 델리를 떠난 기차는 북쪽을 향해 약 5시간을 달린 끝에 암리차르(Amritsar)역에 도착했다. 플랫폼에 발을 내딛는 순간, 공기의 결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델리의 혼란스러운 에너지와는 다른, 단단하면서도 정중한 기운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정갈하게 터번을 두른 사람들의 절제된 몸짓과 따뜻한 눈인사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곳은 '신의 도시'라 불리는 곳, 시크교도들의 신념과 삶이 살아 숨 쉬는 도시다. 사람들의 걸음과 눈빛에는 묘한 강인함과 평온함이 동시에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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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리차르는 '불멸의 넥타르 연못'이라는 뜻을 지닌 도시로, 16세기 시크교 제4대 구루 람 다스에 의해 건설되었다. 인도 북서부 파키스탄 접경 지역에 위치하며 종교적·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상을 지닌다. 주요 언어는 펀자브어이며, 힌디어와 영어도 널리 통용된다.

인구 약 150만의 암리차르는 종교·역사·문화가 결합된 북인도의 핵심 관광지다. 시크교의 최대 성지이자 국경 도시로서 종교 관광과 역사 관광이 공존한다. 도심에서 약 11km 떨어진 국제공항은 북인도의 주요 관문 역할을 하며, 국경 도시 특성상 군사와 물류 역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암리차르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종교(시크교), 역사(독립운동), 정치(국경)가 어우러진 상징적인 도시다. 핵심 여행 포인트는 황금사원을 중심으로 한 종교 체험, 와가 국경의 독특한 퍼레이드, 그리고 식민지 역사를 돌아보는 공간들이다. 대표적인 명소로는 시크교 최대 성지인 황금 사원(Harmandir Sahib), 1919년 영국 식민지 시절 학살 희생자를 기리는 잘리안왈라 바그(Jallianwala Bagh), 인도-파키스탄 분단의 역사를 기록한 파티션 뮤지엄(Partition Museum), 그리고 문화 공연과 라이트 쇼로 유명한 고빈드가르 요새(Gobindgarh Fort)가 있다.

또한 암리차르는 인도의 음식 수도라 불릴 만큼 먹거리가 풍부하다. 바삭하게 구운 빵 암리차르 쿨차(Kulcha)와 진하고 달콤한 대표적인 음료 라씨(Lassi)는 이곳을 대표하는 음식이며, 100년 전통의 케사르 다 다바에서는 정통 인도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신의 도시라 불리는 이곳 사람들의 눈빛에는 강인함과 평온함이 함께 깃들어 있고, 그들의 걸음마다 신념과 삶이 배어 있다.
신의 도시라 불리는 이곳 사람들의 눈빛에는 강인함과 평온함이 함께 깃들어 있고, 그들의 걸음마다 신념과 삶이 배어 있다.

◆국경에서 마주한 뜨거운 '박력의 축제' 국기 하강식

인도 여행 중 가장 강렬한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 암리차르에서 경험한 국기 하강식이다.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에서 매일 저녁 열리는 이 의식은 단순한 군사 행사를 넘어, 양국의 역사와 감정, 자존심이 응축된 상징적인 장면이다.

해질 무렵, 시내에서 차로 약 40분을 달려 도착한 와가(Wagah) 국경은 이미 수많은 인파로 가득 차 있었다. 국경의 적막함 대신 거대한 스탠드와 울려 퍼지는 음악, 그리고 환호성이 공간을 채운다. 관중들은 '자이 힌드!'를 외치며 춤을 추고, 분위기는 마치 월드컵 결승전을 방불케 한다.

관중석은 국기를 든 사람들로 물결치고, 곳곳에서 애국가와 구호가 울려 퍼진다.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이곳은 단순한 검문소가 아닌, 애국심이 집약된 거대한 무대였다.

행사가 시작되자 양국 군인들이 등장한다. 과장될 만큼 크고 힘찬 동작,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절도 있는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특히 높이 들어 올리는 행진 동작은 서로의 기세를 겨루는 듯했다. 관중들은 그 움직임 하나하나에 환호하며 열띤 응원을 보냈다.

암리차르역은 델리의 번잡함과 달리, 시크교 특유의 강인함과 정중함이 어우러진 도시의 첫 관문
암리차르역은 델리의 번잡함과 달리, 시크교 특유의 강인함과 정중함이 어우러진 도시의 첫 관문

국기가 서서히 내려오는 순간, 분위기는 잠시 숙연해진다. 양국 군인들이 동시에 깃발을 내리고 마지막으로 악수를 나누는 장면은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격렬한 퍼포먼스 속에서도 마지막에는 형식적인 평화와 존중이 담겨 있다.

이 경험은 국경이 단순한 선이 아니라, 역사와 감정이 얽힌 공간임을 실감하게 한다. 총성 대신 함성으로, 갈등 대신 경쟁으로 긴장을 풀어내는 이들의 방식은 독특한 평화의 한 형태처럼 느껴졌다.

국기가 내려가고 철문이 닫히는 순간, 묘한 정적과 함께 분단의 현실이 가슴을 울린다. 암리차르의 국기 하강식은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자부심과 갈등이 공존하는 살아 있는 무대였다.

식사 후 산더미처럼 쌓인 그릇을 닦는 모습에서,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살아있는 신념의 공간임을 깨닫는다.
식사 후 산더미처럼 쌓인 그릇을 닦는 모습에서,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살아있는 신념의 공간임을 깨닫는다.

◆호수 위에 피어난 신의 눈물 '암리차르 황금 사원'

암리차르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시크교의 성지, 황금 사원이다. 이른 새벽, 어둠이 채 가시기 전 사원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뒤, 차가운 물에 발을 씻으며 경내로 들어섰다. 그 순간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지극한 신성의 영역임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대리석 바닥을 맨발로 밟으며 걷는 길은 차갑고 고요했지만, 마음에는 알 수 없는 온기가 차올랐다.

문을 통과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잔잔하고 성스러운 연못 암릿 사로바르(Amrit Sarovar) 한가운데, 황금빛 사원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 고고하게 서 있다. 이곳이 바로 하르만디르 사히브(Harmandir Sahib)다. 불멸의 약수라 불리는 푸른 호수 위로 400kg이 넘는 순금이 입혀진 사원이 투영될 때, 그 눈부신 광경은 시각적 자극을 넘어 엄숙한 경외심마저 불러일으킨다.

사방 어디서나 출입할 수 있도록 설계된 네 개의 문은 카스트나 종교의 벽을 허물고 모든 인류를 환영한다는 평등의 철학을 담고 있다. 사원 곳곳의 스피커에서는 시크교 성전인 구루 그란트 사히브(Guru Granth Sahib)를 낭송하는 선율이 24시간 내내 흐른다. 낮게 깔리는 선율은 호수의 잔물결과 어우러져 여행자의 번잡한 마음을 평온하게 가라앉혀 준다.

하강식 전, 음악에 맞춰 여성들이 국기를 들고 춤을 추자 국경의 긴장감은 어느새 뜨거운 축제 분위기로 바뀐다.
하강식 전, 음악에 맞춰 여성들이 국기를 들고 춤을 추자 국경의 긴장감은 어느새 뜨거운 축제 분위기로 바뀐다.

동이 트면서 사원의 금빛은 더욱 강렬해졌다. 수많은 순례자가 조용히 기도를 올리는 가운데, 물 위에 반사된 사원의 투영은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단연 공동 식사인 랑가르(Langar)였다. 누구에게나 조건 없이 제공되는 이 식사는 종교, 국적, 신분을 초월해 모두가 바닥에 나란히 앉아 공양을 한다.

여행자 또한 수백 명의 사람과 섞여 식판을 받았다. 자원봉사자들이 거대한 솥에서 정성껏 저어 만든 달(Dal, 콩 커리)과 갓 구운 로티(Roti)는 화려하진 않지만 그 어떤 진미보다 따뜻했다. '누구도 배고픈 채로 이곳을 떠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그들의 신념은, 산더미 같은 그릇을 닦는 봉사자들의 뒷모습에서 오롯이 빛나고 있었다.

밤에 다시 찾은 황금 사원은 또 다른 마법을 부린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조명을 받은 사원은 호수 위에서 더욱 선명하게 타오르며, 마치 우주 한가운데 떠 있는 성소처럼 보인다. 밤마다 거행되는 성전을 꽃으로 장식된 가마에 모셔 침소로 옮기는 행렬인 팔키 사히브(Palki Sahib) 의식과 신도들의 은은한 찬양 소리는 가슴 깊은 곳에 울림을 남겼다.

황금 사원은 단순히 화려한 건축물이 아니었다. 그곳은 믿음과 공동체, 그리고 인간 존중의 가치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공간이었다. 암리차르를 떠나지만, 사원의 화려한 외관보다 내면의 고요함과 따뜻함이 오래도록 발길을 붙잡았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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