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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속으로] 전시장에 움튼 잔디…물은 흐르고, 씨앗은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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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갤러리 대구, 이진우 개인전 '네 번째 물'
설치 작품 '깨어날 소(蘇)' 등 전시…4월 22일까지

리안갤러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리안갤러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리안갤러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리안갤러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20대 후반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던 이진우 작가의 주식은 하얀 콩이었다. 경제적으로 편치 않았던 시절, 가장 저렴한 하얀 콩을 사다가 하루 정도 물에 담가둔 뒤 삶아 먹었던 때다.

콩을 담가두고는 친구 집에서 며칠 지내다가 돌아온 어느 날, 그는 당연히 썩었을 것이라 생각한 콩에서 파릇파릇하게 솟아 나온 싹을 발견하고 경이로움을 느꼈다. 난방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춥고 외롭고 캄캄한 방에서 그것은 어마어마한 생명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는 나머지 콩들도 모조리 물에 담가, 작업실 바닥 전체를 푸른 콩밭처럼 만들었다.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이진우 개인전 '네 번째 물'에서는 이러한 콩의 생명력에서 영감을 얻은 그의 대형 설치 작품 '깨어날 소(蘇)'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작품은 1985년 독일 슈타인푸르트에서 처음 공개한 이후 파리 등에서 선보인 바 있다.

이번에도 그는 전시장에 직접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는 작업을 펼쳐 보인다. 앞선 전시에서는 흙과 천 위에 씨앗을 뿌렸는데, 이번엔 숯 위에 '시드볼(seed ball)'을 던져 놓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리안갤러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리안갤러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리안갤러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리안갤러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이진우 작가. 이연정 기자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이진우 작가. 이연정 기자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물이라는 게 하늘에서 내리는 물, 땅 위로 흐르는 물, 땅 속에서 솟아오르는 물이 있다. 전시 제목인 '네 번째 물'은 바로 내가 씨앗에 줄 수 있는 물을 의미한다. 전시 기간 잔디가 자연스럽게 움트고 소멸하는 모습을 통해 관람객들이 생명의 순환을 공간 속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깨어날 소' 작품이 설치된 1층 전시장은 물을 연상케 하는 푸른색의 작품도 함께 전시됐다. 물을 머금은 종이를 대나무로 긁고, 다시 종이를 덮고 두드리는 행위를 반복해 마치 나무 껍데기 같은 질감이 눈에 띈다.

그의 주 작업인, 숯 조각 위에 종이를 덮고 긁어낸 작품도 볼 수 있다. 종이 위에 먹으로 그림을 그리는 전통 회화 방식에 대한, 혹은 1980년대 시대에 대한 저항 정신을 담아 반대로 먹 위에 종이를 덮은 것.

그는 한지를 붙이고 쇠솔로 두드리고 긁어내는 과정을 수십번 반복하며 잡념을 떨치고 무한한 자유를 경험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그의 작품은 까마득한 심연이나 하늘, 땅 아래의 모습을 바라보는 듯한 묵상적인 경험을 하게 한다.

리안갤러리 대구 관계자는 "생성에서 소멸로, 소생에서 사색으로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자연과 존재의 순환을 조형적으로 탐구하며, 물과 생명의 흐름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4월 22일까지. 일, 월요일 휴관. 053-424-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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