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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294>호생관 최북의 산뜻한 시의(詩意) 산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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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연구자

최북(1712-1786?),
최북(1712-1786?), '강심초각(江深草閣)', 종이에 담채, 22.7×69.1㎝, 국립중앙박물관

'강심초각'은 호생관 최북의 선면 산수화다. 중국 화보(畵譜) 풍 구도를 능숙하게 소화하며 물가의 정자와 언덕, 나무와 먼 산을 짜임새 있게 배치하고 파랑, 노랑, 연두, 주황 등을 연하게 조금씩 사용해 화폭에 맑고 화사한 생기가 돈다. 느긋하지만 확고한 운필의 여유 있는 필치로 상상의 풍경을 실감나게 형상화했다. 제화는 두보의 시구다.

백년지벽시문형(百年地僻柴門逈) 백년이나 땅이 외지니 인가의 사립문 멀고

오월강심초각한(五月江深草閣寒) 오월이라 강이 깊어 초가정자 싸늘하네

삼기재(三奇齋) 사(寫) 삼기재(최북) 그리다

시의 내용에 따라 인적 없는 강가에 초가지붕 누각을 그렸고 누각 안에는 두보와 누군가가 마주하고 있다. 곤궁한 처지의 두보가 사천성 성도로 왔을 때 도움을 준 옛 친구 엄무다. 최북이 어느 후원자에게 그려주었음직한 부채그림이다.

제화시 앞머리에 찍은 타원형 인장은 '호생(毫生)'이고 서명은 '삼기재(三奇齋)'다. 삼기재는 최북이 문장, 글씨, 그림 세 가지를 다 잘한다고 자부해 스스로 지었다고 '석농화원'에 나온다. 최북의 시는 '풍요속선', '대동시선'에 실릴 정도로 인정받았다. 서명 아래의 인장은 '반월(半月)', '최씨(崔氏)'다.

'반월'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가 활동한 경기도 안산의 지명이기도 하지만 혹 최북의 외모와 연관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남공철(1760-1840)은 최북이 애꾸눈이어서 항상 안경을 반쪽만 끼고 그림을 그렸다고 '최칠칠전'에 기록해 놓았다. 그래서 스스로를 두 눈 중 반만 밝은 반월이라고 한 것은 아닐까?

애꾸눈이 된 사연은 조희룡(1789-1866)의 '호산외기'에 나온다. 어느 귀인(貴人)이 그림 요구에 응하지 않는 최북을 권세로 위협하며 기를 꺾으려 하자 "내 눈이 내 뜻을 지키지 못하게 한다"며 한쪽 눈을 스스로 찔렀다고 한다. 대단한 최북이다.

최북은 시문과 서예라는 고급 교양을 갖추고 감상용 회화를 창작했다. 그러나 의뢰받은 그림을 그려주어야 하는 직업화가의 처지였고, 양반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의 재능에 대한 대접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창작자라는 자부심과 주문자의 의도에 따라야하는 직업화가라는 어긋나는 두 정체성을 스스로도 조화시키기 어려웠을 것이고, 당시 사회와도 불협화음을 일으킬 수밖에 없어 최북의 불평(不平)한 심정의 원인이 됐을 것이다. 예술가로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울분이 그의 기행으로 나타난 것이다.

'강심초각'은 '최산수'로 불렸던 최북의 실력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몇몇 일화가 전하는 기인(奇人)의 모습과 달리 산뜻하고 세련된 시의(詩意) 산수화다.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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