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법원, '허위사실공표죄는 일반 선거인 관점에서 해석해야'

김문기·백현동 발언, 일반 선거인이 어떻게 이해했냐가 중요
발언 잘게 쪼개 사후적으로 의미 재구성 안 된다 판단
무죄 선고한 2심 판단 일일이 반박…사실상 전부 파기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은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의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댔다.

선거의 공정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충실히 보장돼야 하지만 선거인의 관점에서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용인 여부를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대법원은 이재명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일일이 반박하며 사실상 전부 파기한 뒤 유죄를 선고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이 후보는 2021년 대선 후보 신분으로 방송에 출연해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발언했다. 김문기 전 처장과 골프를 쳤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같은 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맥락의 발언도 했다.

검찰은 이를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기소했고 지난해 11월 1심에서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발언, 백현동 관련 발언이 유죄가 인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올해 3월 2심은 이 후보 발언이 행위가 아닌 인식에 관한 발언이거나 의견 표명에 해당한다며 전체 혐의를 모두 무죄로 뒤집었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김문기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후보자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한다"며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골프 발언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 인상을 기준으로 의미를 확정하면 '피고인이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해외출장 기간 중 김문기와 골프를 쳤으므로 골프 발언은 후보자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에 해당한다"고 했다.

백현동 관련 발언의 경우도 "(이 후보의 발언은) 사실의 공표이지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거나 추상적인 의견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면서 "구체적인 과거의 사실관계에 관한 진술로서 그 표현 내용이 증거에 의해 증명이 가능하다"며 2심 판결의 잘못을 지적했다.

대법원은 2심 법원처럼 후보자의 발언을 사후에 잘게 쪼개 분석해 의미를 재구성하며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를 심리하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발언의 의미를 확정할 때는 사후적으로 개별 발언들의 관계를 치밀하게 분석·추론하는 데 치중하기보다 발언이 이뤄진 당시 상황과 발언의 전체 맥락에 기초해 일반 선거인에게 발언의 내용이 어떻게 이해되는지를 기준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이날 대법원은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된 이 후보의 상고심 선고의 취지도 부연했다. 대법원은 판결 선고 뒤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공소제기일부터 대법원에 상고 사건이 접수될 때까지 약 2년 6개월이 걸리는 등 1·2심에서 절차가 지연됐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적시 처리를 도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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