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농구(NBA) 최다승 사령탑인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그레그 포퍼비치(76·미국) 감독이 29년 만에 지휘봉을 내려놨다.
샌안토니오 구단은 3일(한국시간) 감독직에서 물러나 구단 운영부문 대표(President of Basketball Operations)를 맡는다고 발표했다.
1996년 처음 샌안토니오 감독을 맡은 지 29년 만의 사임이다.
29시즌 동안 오직 샌안토니오만을 이끌며 정규리그 1천422승(2천291경기)을 거둬 NBA 역대 최다승 기록을 보유한 포퍼비치 감독은 5차례(1999, 2003, 2005, 2007, 2014년) NBA 챔피언에 올랐고, 올해의 감독도 3회(2003, 2012, 2014년) 수상했다.
NBA 플레이오프(PO)에서는 170승(284경기)을 올려 역대 최다승 3위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미국 남자 농구 대표팀 사령탑으로 금메달을 지휘하기도 했다.
포퍼비치 감독은 이번 2024-2025시즌 초반인 지난해 11월 초 뇌졸중 증세로 휴식을 위해 자리를 비웠고, 결국 시즌이 끝날 때까지 돌아오지 못했다.
ESPN은 "포퍼비치는 감독직 복귀를 원했으나 NBA 감독이 겪어야 할 일정을 더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뇌졸중 이후 건강 상태가 호전돼 왔다"고 전했다.
포퍼비치는 구단을 통해 "농구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여전히 크지만, 이제는 감독직에서 물러날 때라고 판단했다"면서 "그동안 나를 믿고 함께 해준 선수들, 코치진, 구단 직원,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는 구단과 지역 사회, 그리고 제게 의미 있는 이 도시를 다른 방식으로 계속 도울 수 있게 돼 매우 기대된다"고 말했다.
포퍼비치의 후임으로는 이번 시즌 그의 공백 때 팀을 이끌었던 미치 존슨(38) 수석코치가 낙점됐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새로운 농구 인생에 접어드는 '명장'을 향해 NBA 구성원들은 찬사를 보냈다.
202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샌안토니오 유니폼을 입고 활약 중인 빅토르 웸반야마는 소셜 미디어에 "당신의 지혜와 리더십, 만들어주신 팀 문화에 감사하다. 그보다 더 훨씬 중요한 건, 당신이 위대하고 영감을 주는 사람이었다는 점"이라면서 "29년의 여정에 함께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애덤 실버 NBA 커미셔너는 "샌안토니오 감독으로 포퍼비치가 이뤄낸 지속적인 성공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 수많은 세대의 선수와 코치를 성장시키고, 농구의 세계적인 성장도 이끌었다"면서 "농구계 전체를 통틀어 이만큼 존경받고 사랑받는 인물은 드물다"고 경의를 표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의 체이스 센터에서 열린 서부 콘퍼런스 PO 6차전에 나선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티브 커 감독과 휴스턴 로키츠의 이메 우도카 감독은 포퍼비치 감독의 얼굴이 들어간 티셔츠를 입고 기자회견에 등장하기도 했다.
커 감독은 선수 시절 포퍼비치 감독이 이끄는 샌안토니오에서 뛰었고 도쿄 올림픽 대표팀 코치로도 포퍼비치와 호흡을 맞췄다. 우도카 감독은 샌안토니오에서 선수로 은퇴한 뒤 포퍼비치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커 감독은 "스퍼스는 물론 NBA 전체에 만감이 교차하는 날"이라면서 "포퍼비치 감독은 제게 농구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퍼비치는 지난 20년간 '코칭'의 개념을 바꿔놨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전술을 다루는 권위적인 존재이던 감독을 필 잭슨과 포퍼비치가 문화와 협업, 위대한 팀들이 갖는 독특한 케미스트리를 중시하는 쪽으로 바꿔놨다"고 강조했다.
우도카 감독은 "언젠가 이날이 올 줄 알고 있었다. 포퍼비치와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건 정말 행운이었고, 무엇보다도 그를 제 친구라고 부를 수 있어서 기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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