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공사에 떠넘긴 PF 리스크…'책임준공'에 무너지는 대구 중견 건설사

시행사 대신 공사비 떠안은 시공사, 채무 인수 압박에 경영 위기
정부, 연장 사유 확대·채무 인수 완화 등 책임준공 제도 손질 나서

19일 대구 중구에서 바라 본 도심 전경. 매일신문DB
19일 대구 중구에서 바라 본 도심 전경. 매일신문DB

"공사비도 못 받고 연매출에 육박하는 빚까지 떠안으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

대구 중견 건설사 대표 A씨는 최근 불어나는 미회수 채권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공사를 완료했으나 시행사로부터 전체 공사비 300억원 가운데 26%에 해당 80억원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시공사가 구해지지 않아 장기간 지연됐던 현장이었는데 자체 자금 50억원을 투입해 겨우 준공시켰다"며 "공사비를 받기 위해 유치권 행사라도 했다간 건물 가치가 하락해 오히려 채권 회수가 더 어려워진다. 어려운 건설 경기 속에서도 사업을 진행시킨 시공사는 속앓이만 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을 지원한 대주단이 책임준공 확약에 따라 A씨에게 거액의 채무 인수도 압박하고 있다.

책임준공이란 자금력이 부족한 시행사 대신 시공사가 정해진 기한 내에 건물을 완공할 책임을 지는 방식을 말한다. 약속된 공사 일정을 어길 경우 PF 대출 전체를 시공사가 떠안아야 한다.

A씨는 "이 사업장으로 인해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다른 사업을 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연매출에 육박하는 PF 채무 인수 압박까지 받으니 도저히 버텨낼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A씨와 같은 피해 사례는 드물지 않다. 대구의 중견 건설사인 우방도 지난해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시행사의 PF 채무 1천285억원 전액을 인수해야 했다. 이는 우방의 지난해 전체 매출(1천213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책임준공 확약은 시공사가 시행사의 경영 실패까지 떠안게 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어 건설사 입장에서는 이중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사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는 올해 3월에서야 책임준공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연장 사유가 극히 제한적이고 기한을 단 하루라도 넘길 경우 시공사가 채무를 전부 인수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정부 관계자는 "책임준공 개선으로 인해 금융비용이 상승하거나 PF 대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지도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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