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규덕의 밀리터리 뉴스] 초음속 미사일 막는 국산 'CIWS-II'…함정 방어 최후의 보루

LIG넥스원, 3천500억 투입해 2027년 개발 완료 목표
분당 3천900발 30mm 기관포, 5개 AESA 레이더 탑재
UAE 등 중동 국가들, 개발 중인 CIWS-II에 이례적 관심

근접방어무기체계 CIWS-II. LIG넥스원 제공
근접방어무기체계 CIWS-II. LIG넥스원 제공

"미사일 접근 중. 자동 요격 시스템 가동."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 울산급 Batch-III 호위함 '충남함'(FFG-828)에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북한에서 발사된 초음속 대함미사일이 시속 약 3천km(마하 2.5)의 속도로 충남함을 향해 접근 중이었다.

승조원들이 자동화된 대응 절차에 따라 방어 체계를 가동하자, 대함유도탄방어유도탄(RAM·Rolling Airframe Missile) 체계가 1차 요격에 나섰지만 미사일을 완전히 파괴하지 못했다.

파편으로 변한 미사일은 여전히 고속으로 함정에 접근 중이었다. 남은 거리는 약 2km, 시간은 불과 4초. 이때 자동 연동된 'CIWS-II'(Close In Weapons System-II·근접방어무기체계)가 작동했다.

함정 상부에 설치된 4면 고정형 AESA(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능동 전자식 위상배열) 레이더가 파편을 실시간 추적했고, 30mm GAU-8/A 기관포가 자동으로 조준에 들어갔다.

초당 약 65발, 분당 3천900발의 속도로 탄환이 공중을 가르며 쏟아졌다. 정확히 3초 후, 잔해는 충남함에 도달하기 전에 공중에서 산산조각 났다.

이 시나리오는 국산 'CIWS-II'의 성능을 설명하기 위한 가상 시뮬레이션이다.

◆ 3천500억 투입, 2027년 개발 완료 목표

CIWS-II는 LIG넥스원이 개발 중인 국산 함정용 근접방어무기체계로, 적의 초음속 미사일이나 고속 침투 무기가 중거리 방어망을 뚫고 들어온 최종 방어선에서 함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현재 해군이 운용 중인 미국 레이시온의 '팰렁스'나 네덜란드 탈레스의 '골키퍼'를 국산화하면서도 탐지 속도, 추적 능력, 화력을 모두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2021년 8월 방위사업청은 LIG넥스원을 우선협상대상업체로 선정, 총 3천500억 원 규모로 2027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2030년까지 실전 전력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시제품은 방산혁신클러스터로 지정된 경북 구미 사업장에서 제작·시험 중이다.

LIG넥스원은 네덜란드 탈레스와 협력해 골키퍼 창정비 사업을 통해 핵심 기술을 확보했고, CIWS-II에는 한국형 전투기 KF-21 사업을 통해 확보한 AESA 레이더 기술이 적용됐다.

근접방어무기체계
근접방어무기체계 'CIWS-II. LIG넥스원 제공

◆ 5개 AESA 레이더로 초음속 미사일 실시간 추적

CIWS-II의 가장 큰 강점은 탐지 속도와 추적 정확도다. 기존 회전식 레이더와 달리 상부와 동서남북 4면, 총 5개의 AESA 레이더를 장착해 골키퍼 대비 1천배 이상 빠른 속도로 360도 실시간 감시가 가능하다. 이는 수 밀리초 단위의 반응 시간을 요하는 초음속 미사일 대응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여기에 장착된 30mm GAU-8/A 기관포는 기존 20mm 체계보다 훨씬 강력하며, 분당 3천900발의 발사속도로 효과적 대응이 가능하다. 유효사거리는 수평사격 기준 대함미사일은 2km, 수상표적을 상대로는 12km에 달한다.

또한 전체 무기 시스템은 스텔스 설계가 적용돼, 적 레이더에 대한 반사 신호를 최소화해 함정의 생존성까지 높였다.

◆ 지상형 모델로 확장…북한 드론·장사정포 대응

방위사업청은 함정용 CIWS-II를 기반으로 한 지상형 CIWS-II 개발도 병행 중이다. '진화적 개발 전략'에 따라 북한의 장사정포, 저공 순항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자폭 드론 등 근거리 위협에 대응할 최종 방어체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특히 2022년 말 북한 무인기가 수도권 상공에 침투한 사건 이후, 지상 대공 방어망의 허점이 지적되며 CIWS-II 지상형이 수도권 및 주요 전략기지 방어의 핵심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상형·해상형을 막론하고, CIWS-II는 향후 전방확산탄(AHEAD)을 탑재해 군집 드론 대응 능력까지 확보할 예정이다. 이 탄약은 표적 전방에서 수십 개의 자탄을 방사형으로 퍼뜨려 넓은 지역의 공중 위협을 일시에 제압할 수 있는 구조다.

◆ 개발 중에도 UAE 등 중동 국가 관심…"수출 효자 품목" 기대

CIWS-II는 아직 개발 중임에도 불구하고,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들로부터 이례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UAE와 CIWS-II에 관한 실무적 대화가 여러 차례 오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드론과 순항미사일 위협에 노출된 UAE가, 360도 대응 가능한 국산 CIWS-II에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CIWS-II는 개발 완료 후 ▷충남함을 포함한 울산급 Batch-III 호위함 6척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해양정보함-III 등에 우선 탑재될 예정이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CIWS-II는 대한민국의 마지막 방패가 될 뿐만 아니라, 수출 효자 품목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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