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정 시·군 콕 찍거나 양다리 공약…정치가 지역 갈등 키운다

중복·모호한 계획 '지역 갈라붙이기' 지적
한 기관, 두 지역 반영하거나 특정 지자체 타깃 유치 약속
TK신공항 재원 계획도 미흡…"표심 위한 선거용" 비판 봇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1일 인천광역시 부평역 북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인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가운데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1일 인천광역시 부평역 북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인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가운데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6·3 대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지역 공약이 서로 중복되거나 구체성이 결여돼 있어 지역 갈등을 촉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같은 당내에서 하나의 국가기관에 대해 중복 유치를 공약해 벌써 분란과 불만,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재원 마련 대책 등 구체적 실행 계획이 미비한 경우도 많아 혼란을 낳고 있다.

21일 정치권이 전국을 대상으로 내놓은 대선 지역 공약엔 '장밋빛 미래'를 꿈꾸게 하는 비전도 담겼지만 논란의 지점 역시 적지 않다.

당장 유치전이 벌어진 기관을 특정 지역을 점찍어 공약한 사례가 문제가 되고 있다. 국립치의학연구원의 경우 대구, 천안, 광주 등 지역이 유치를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천안 유치'를 명시했다. 국민의힘 역시 충남 공약으로 치의학연구원을 제시하기는 마찬가지다.

대구 등 치의학계에서는 공모 없이 공약 형태로 기관을 입지시키는 건 불합리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역별로 상충되는 중복 공약 사례도 다수 발생해 비판을 사고 있다. 민주당은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를 전북 남원과 충남 아산의 지역 공약으로 각각 포함했다. 한국마사회 본사 유치 역시 전북 남원, 순창 공약으로 나란히 반영했다.

마사회 유치에는 전북 김제는 물론 경북 영천 등 지역이 눈독을 들이고 있으나 공약 반영 여부로 희비가 엇갈린 셈이다.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가 중복 공약된 데 대해 한준호 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두 지자체가 경쟁 중이어서 두 곳 모두의 공약으로 담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약 선정 과정에서 전략적 선별과 조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약이 지역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까 봐 걱정하는 지자체도 생기고 있다. 항공 MRO(항공 유지·보수·정비 사업) 산업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던 경남 사천시는 민주당이 인천까지 포함, 두 도시를 MRO 산업 거점으로 키우겠다고 밝힌 탓에 '파이 나눠 먹기'를 우려해야 할 처지다.

구체성이 결여된 '선언적 공약'도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나란히 공약으로 반영한 대구경북(TK)신공항 건설사업의 경우 재원 마련 대책 등 실행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아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사업 추진 지연 요소'를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어떻게'는 공백으로 남았다. 국민의힘 역시 '기부 대 양여 차액 및 보조·융자 등 국비 지원'을 명시했지만 세부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상충되는 공약을 제시하거나 공모가 필요한 사안을 공약 형태로 낙점하는 것은 행정의 신뢰성, 책임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표심을 얻기 위한 '선거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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