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발로 거인을 무너뜨렸다. 이어 큰 것 한 방으로 잠재웠다.
삼성 라이온즈는 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에 출격해 롯데 자이언츠를 7대3으로 제쳤다. 기민한 주루 플레이를 앞세워 상대의 허를 찌른 뒤 르윈 디아즈의 홈런포로 롯데의 기세를 꺾었다.
올 시즌(27일 경기 전 기준) 삼성과 롯데 모두 방패가 두텁지 않다. 삼성은 팀 평균자책점이 5위(4.15), 롯데는 9위(4.71). 삼성은 선발진 중 데니 레예스와 이승현이 기대에 못 미쳤고, 김재윤이 마무리 자리를 내놨다. 롯데는 에이스 찰리 반즈가 부진과 부상으로 팀을 떠났다.
그래도 둘 다 창은 상당히 날카롭다. 삼성은 팀 홈런 1위(60개), 롯데는 팀 타율 1위(0.289). 삼성은 팀 타율이 2위(0.266)지만 롯데와 수치상 차이가 적잖다. 대신 롯데는 팀 홈런이 9위(32개)에 머물렀다. 장거리포와 소총 부대의 대결인 셈.

각 팀의 선발투수가 상대 화력에 얼마나 잘 버티느냐가 이날 승부의 관건. 삼성은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4승 4패, 평균자책점 2.39)의 호투를 기대했다. 11경기에 등판해 10경기나 퀄리티스타트(선발투수의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기에 그럴 만했다.
롯데 선발은 알렉 감보아. 반즈 대신 영입돼 이날 경기가 1군 무대 데뷔전이었다. 강속구를 지닌 왼손 투수라 왼손 타자가 많은 삼성 타선에겐 부담이 가는 상대. 다만 제구가 안정적이진 않고, 투구 동작도 커 재치 있고 발이 빠른 타자들을 상대하기 쉽지 않을 거란 분석도 있었다.
이날 삼성은 '발 야구'로 감보아를 흔들었다. 0대0으로 맞선 2회말 안타 2개와 몸에 맞는 볼로 2사 만루 기회를 잡았고, 김지찬의 빗맞은 타구가 투수에게 향한 틈에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김지찬은 1루로 전력 질주했고, 감보아의 1루 송구는 살짝 빗나갔다. 삼성의 득점이 인정됐다.

상황은 그대로 끝나지 않았다. 1루 뒤를 받치던 2루수 고승민은 흘러 나온 공을 주운 뒤 2루 베이스를 지나쳐 버린 이성규를 잡기 위해 2루에 공을 뿌렸다. 그 사이 3루 주자였던 박승규가 잽싸게 홈을 파고들었다. 삼성은 2대0으로 앞섰고, 흔들린 감보아는 이재현에게 볼넷을 내줬다.
다시 잡은 2사 만루 기회. 감보아는 자신이 하던 대로 허리를 크게 숙이며 투구 동작을 시작했다. 그 사이 3루 주자 이성규가 홈으로 쇄도했다. 감보아가 깜짝 놀라 홈을 봤지만 이성규를 잡긴 이미 늦었다. 경기 전 박진만 감독의 얘기대로 발로 상대 허점을 찔렀다.
롯데는 뒷수습도 안됐다. 이성규의 움직임에 이어 2, 3루를 향해 뛴 뛴 주자 중 하나라도 잡으려고 했다. 포수 유강남이 급히 3루를 가리켰고, 감보아가 3루에 공을 던졌으나 김지찬의 손이 먼저 베이스에 닿았다. 역대 9번째 '트리플 스틸(3명의 주자가 모두 도루에 성공하는 것)'이 만들어졌다.

여기다 폭투까지 이어져 김지찬까지 홈을 밟았다. 어느새 4대0까지 점수 차가 벌어졌다. 감보아(4⅔이닝 3사사구 4실점)는 결국 5이닝을 채 버티지 못했다. 삼진은 9개 잡는 등 구위 자체는 괜찮았다. 속구 최고 구속도 시속 156㎞까지 나왔다. 하지만 제구와 경기 운영이 불안했다.
삼성 선발 후라도는 노련했다. 6이닝 동안 안타 8개를 맞았고, 삼진도 3개뿐이었으나 1실점으로 버텼다. 시속 144~149㎞인 속구에다 체인지업, 커터(빠른 슬라이더) 등을 섞어 롯데 타선을 잘 상대했다.
삼성은 7회말 3점을 추가했다. 김성윤의 좌전 적시타 때 2루타를 치고 출루한 김지찬이 홈으로 들어왔다. 이어 홈런 선두 디아즈가 우월 2점 아치(시즌 21호)를 그렸다. 8회초 불펜이 2점을 내주긴 했으나 더 흔들리지 않고 승리를 지켰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은 "선발 후라도가 역시 기복 없이 탄탄한 투구를 했다"며 "경기 전 전력 분석을 통해 상대 새 외국인 투수의 폼을 감안, 주루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도가 있었는데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 이종욱 코치가 홈 스틸 판단을 잘 해줬고, 선수들이 기민하게 움직여준 덕분에 초반에 많은 점수를 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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