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설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할 일이죠. 팬분들 앞에서 야구를 할 수 있어 정말 좋습니다."
힘든 시간을 견뎌냈다. 그리고 다시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빠른 발과 날카로운 방망이 솜씨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오랜만에 1군 무대에서 뛰는 삼성 외야수 박승규(24) 얘기다.
박승규는 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삼성이 롯데 자이언츠를 7대3으로 제치는 데 앞장섰다. 이날 롯데 선발은 국내 무대 1군 데뷔전을 치르는 왼손 강속구 투수 알렉 감보아. 박승규는 감보아에게서 안타를 때려내고, 득점에도 성공했다.
사실 박승규는 감보아의 공이 낯설지 않았다. 그가 2군에 머물던 지난 21일 감보아가 2군 경기에 시험 등판, 상대해봐서다. 당시 안타 2개를 때렸다. 특히 다양한 공을 경험한 게 소득. 공의 움직임을 기억한 뒤 감보아가 낯선 1군 동료들과 정보를 공유했다.

27일 박승규는 공격 선봉에 섰다. 0대0으로 맞선 2회말 2사 1루 때 우전 안타로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이어진 2사 만루 상황에서 김지찬의 내야 땅볼을 잡은 감보아가 1루에 악송구한 틈을 타 3루 주자 류지혁은 물론 뒤이은 주자 박승규까지 홈을 파고들었다.
삼성의 외야는 주전 경쟁이 치열하다. 부상이 없다면 구자욱과 김지찬은 주전. 남은 한 자리를 두고 베테랑 김헌곤부터 최근 상승세인 김성윤, 이성규, 윤정빈 등이 경합 중이다. 박승규로선 넘기 쉽지 않은 산이다. 그래도 그는 주눅 들지 않는다.
27일 방망이와 발로 감보아를 흔든 박승규는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 다들 성실한 선수들이다. 경쟁보다는 서로 격려하면서 함께 간다는 생각이다. 그게 팀이다"며 "타격 때는 중심 이동에 신경을 쓰고, 중견수 쪽으로 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박승규는 삼성의 외야 기대주 중 1명. 하지만 정식 선수가 아닌 '육성 선수'로 이번 시즌을 시작했다. 국군체육부대(상무) 야구단에서 훈련하다 허리를 다쳐 지난해 전역하기 전까지 약 6개월을 쉰 탓이다. 재활 기간이 필요해 정식 선수로 등록되지 못했다.

재활 훈련은 지루한 동작을 반복하는 과정. 불안한 미래 속에 통증도 이겨내야 한다. 그만큼 몸과 마음이 힘들다. 박승규도 날렵하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마음을 챙기려고 책을 잡았다. 독서광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
박승규는 "허리를 다친 뒤 한동안 운동을 할 수 없어 힘들었다. 가만히 있지 않고 의미 있는 것을 하려다 보니 책을 읽게 됐다"며 "아는 게 너무 적다는 생각도 들어 더 열심히 읽었다. 마음을 다잡고 목표를 세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가 추천한 책 중 하나는 '원씽(THE ONE THING·게리 켈러 지음).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하나에 몰입하는 힘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책 덕분인지 상무에 가기 전보다 성숙해진 느낌이라 하니 멋쩍게 웃는다. 박승규는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과정에 충실하고 집중하면 일이 잘 풀릴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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