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떠나거나, 남겨지거나…'새로운 쿠바인'을 기록하다

장 프랑수아 부샤르 사진전
경제난·대탈출 속에서도
정체성 구축해나가는 청년들 기록
7월 17일까지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장 프랑수아 부샤르, The New Cubans.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제공
장 프랑수아 부샤르, The New Cubans.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제공
장 프랑수아 부샤르, The New Cubans.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제공
장 프랑수아 부샤르, The New Cubans.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제공
장 프랑수아 부샤르, The New Cubans.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제공
장 프랑수아 부샤르, The New Cubans.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제공

아름다운 해변, 정열적인 살사, 강렬한 햇빛만큼 열정적인 사람들, 클래식 자동차와 시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이러한 쿠바의 이미지와 다른, 지금의 쿠바 현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가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대구 남구 이천로 139)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전 세계를 무대로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삶을 추적하며, 다큐멘터리와 연출 사진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보여온 캐나다 작가 장 프랑수아 부샤르의 '더 뉴 쿠반스(The New Cubans)'. 그가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을 기록한 시리즈다.

그의 작품 속 '새로운 쿠바인'들은 어딘가 모르게 기이하고 독특하다. 전통적이고 낡은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공간 속에 뚜렷하게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고 우뚝 선 모습이 이질적이면서도 묘하게 어울린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쿠바는 경제적 위기에 봉착한 지 오래고, 국가의 미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낙후한 상황"이라며 "이곳에서는 꿈을 펼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젊은이들은 지금도 쿠바를 떠나고 있다. 이 시리즈에 기록된 청년들 중 3분의 2도 쿠바를 떠나버렸다"고 말했다.

장 프랑수아 부샤르 작가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장 프랑수아 부샤르 작가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장 프랑수아 부샤르, The New Cubans.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제공
장 프랑수아 부샤르, The New Cubans.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제공

작품 속에서는 낙관과 우울, 열정과 상실, 허무가 교차한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아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개성을 찾기에 여념이 없는 복합적인 순간을 담아냈다.

특히 그는 쿠바 사회 내에서 주변화되고 낙인 찍힌 이들에게 시선을 두며, 이념적 환멸 이후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코드의 전환기를 쓸쓸함과 희망이 뒤섞인 시선으로 기록한다.

전시에서는 정물을 찍은 사진들도 감상할 수 있다. 작가는 인물 사진 작업을 진행하면서 쿠바 가정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장식품들에 특별한 관심을 두게 됐다. 쿠바에서는 이제 새로운 물건을 소비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낡은 물건이라도 버리지 않고 간직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음을 이 오브제들을 통해 얘기한다.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쿠바의 전형적인 이미지 너머, 경제난과 대탈출 속에서도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축해나가는 젊은이들의 초상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쿠바의 지금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7월 17일까지 이어지며 일, 월요일은 휴관한다. 053-766-3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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