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이제는 제때 수술받을 수 있겠죠?"
암환자 등 중증 환자들이 새 정부에 거는 한결같은 기대는 지난 1년간 만신창이가 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정상화다.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은 전문의에게 쉽게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상급종합병원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세계가 부러워했다.
미국에서는 맹장 수술만 받아도 몇천만원은 지불해야 하고 심장 수술의 경우 1억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교포들은 건강검진이나 큰 병이라도 진단받으면 귀국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은 지난 1년간 엉망이 돼 버렸다.
지난해 정부의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으로 촉발된 의과대학생들의 휴학 투쟁과 국시 거부, 1만 명이 넘는 전공의들의 사직 등은 의료 현장의 혼란을 넘어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붕괴 직전까지 몰아갔다.
일반인들이야 대학병원을 이용할 일이 그다지 많지 않지만 암환자 등 중증 환자들에게 전공의 없는 대학병원은 너무나 불편한 곳으로 변해 버렸다.
전공의 공백을 교수들이 전부 메우기에는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고, 급기야 대학병원들은 신규 환자를 받지 않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암 등 중증 질환이 의심되면 동네 의원에서는 "큰 병원에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라며 진료의뢰서를 써 주지만, 의정 갈등 이후 진료의뢰서로 대학병원 문턱을 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웬만한 중증 질환이 아니면 119구급차를 타고도 대학병원 응급실로 들어가지 못한다.
오죽하면 요즘 같은 시절에 대학병원에서 수술이라도 받으려면 "가족 중 의사 한 명은 있어야 한다"라고 할까.
통상 대구권 대학병원의 경우 수술실이 15개 이상 가동돼 왔다. 그런데 전공의가 없는 지금 마취과 의사가 없어 수술실은 5개도 가동되지 못한다. 수술할 의사가 있어도 마취과 의사가 없어 수술을 못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암환자들은 3~6개월에 한 번씩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받는다. 재발이라고 덜컥 진단받으면 향후 치료 계획을 짜야 하는데 지금의 상급종합병원 시스템으로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세계적으로도 모범적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봤을 때 환자들이 해외에서 수술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새 정부가 시작된 만큼 우선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와 강의실에 나오지 않는 의대생들부터 불러들여야 한다.
1년 넘게 틀어져 버린 마음을 돌리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의대생들도 전공의들도 "새 정부가 들어오면 무언가는 바뀔 것이다"고 기대감을 내비치는 만큼 돌아올 여지는 충분히 있어 보인다.
지금의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필수 의료를 포함한 전체 의료 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새 정부는 더욱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의대생과 사직 전공의들이 조속히 본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현재의 문제 해결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단순한 수사나 행정 조치가 아닌, 신뢰 회복을 통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새 정부가 내세운 공공·필수·지역 의료 공공성 강화라는 대선 공약으로는 다소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공의대 설립 등 공공 의료 인력 확보 ▷사회적 합의를 거친 의대 정원 합리적 조정 ▷국민 참여 의료 개혁 추진 등은 좋은 공약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1년간 병원과 대학을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불러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수술을 기다리는 중증 환자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건강한 국민들이 있어야 나라가 건강해지는 만큼 새 정부는 하루빨리 의정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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