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0일, 서울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쿨한나눔사업' 전달식에는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와 (사)옳음, 고용노동부 등이 함께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는 폭염 속에서도 많은 배달 라이더들이 현장을 찾았다. 그 모습은 기후위기 시대 이동노동이 마주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었다.
폭염이 시작되면 대부분은 실내를 찾지만, 누군가는 가장 뜨거운 시간에도 거리로 나가야만 오늘의 수입을 얻는다. 배달 라이더, 대리운전 기사, 퀵서비스 기사, 택배기사, 화물차주 등 고정된 사업장없이 도시를 오가는 '이동노동자'들이 이 위험의 한복판에 서 있다. 플랫폼 경제와 비대면 소비가 일상이 되면서 이들은 도시의 '라스트 마일'을 책임지는 필수 노동자가 됐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만큼의 보호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동노동자의 가혹한 노동조건은 이미 여러 조사에서 경고음을 울린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업 대리운전 노동자는 하루 평균 10시간을 일하며 6.6km를 걸어서 이동하고, 10명 중 7명이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한다. 배달노동자의 96.4%는 "쉼터가 필요하다"고 답한다.
콜 단위로 소득이 결정되는 구조에서는 쉬는 시간 자체가 곧 소득 손실이기 때문이다. 노무제공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은 확대되고 있지만, 최저임금이나 유급휴가 같은 기초 안전망에서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이 사각지대를 가장 가혹하게 드러내는 것이 폭염이다. 최근 5년 사이 온열질환 산재 승인 건수는 2020년 13건에서 2025년 77건으로 6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온열질환자의 80% 이상이 실외에서 발생한다는 점은, 실외 이동노동자가 기후 재난의 가장 취약한 최전선에 노출되어 있음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정부가 폭염특보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고, 서울시가 '찾아가는 이동노동자 쉼터'를 여름까지 확대 운영하는 것도 폭염이 더 이상 개인이 감당해야 할 불편이 아니라 사회가 관리해야 할 구조적 위험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새벽부터 심야까지 이어지는 이들의 노동 동선을 고려하면, 쉼터의 운영시간과 접근성은 더 촘촘히 보완돼야 한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폭염 시 휴식 제공 가이드라인이 명시돼 있지만, 가장 위험한 최고 단계에서도 작업중지는 여전히 '권고'에 머문다. 건당 수수료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현실에서 "쉬라"는 권고는 "소득을 포기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작업중지권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산재·고용보험 기금의 유연한 활용이나 플랫폼 기업의 안전분담금 등을 통한 '기후위기형 최소 소득 보전 장치'가 반드시 결합돼야 하는 것이다.
폭염 속 작업중지와 소득 보전이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거나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본질을 오해한 것이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위험과 비용을 줄이는 투자다. 산재와 응급 이송, 그로 인한 인력 손실은 결국 건강보험 재정과 플랫폼 생태계 전체의 비용 증가로 돌아온다.
사고 후 사후 처리에 막대한 비용을 치르는 것보다, 적정한 휴식과 안전조치로 사전에 예방하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다. 다만 비용 부담의 사회적 분담방식과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균형있는 논의 역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해외는 이미 폭염을 노동권과 사회안전망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스페인은 2023년 법을 개정해 폭염 주황색·적색경보 발령 시, 사업주가 작업시간을 조정하는 등 필요한 보호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했다. 권고가 아닌 법적 의무다. 나아가 '라이더법'을 제정해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관계 추정과 알고리즘 투명성까지 법제화하며 기후위기 대응과 노동권 보장을 함께 설계하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일부 지방정부가 한낮 배달을 제한하자 일부 배달노동자 단체는 작업중지에 따른 소득 보전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과 노동법 체계 개편이 결합되는 국제적 흐름을 보여준다.
그간 쉼터 확충과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소에 공을 들여왔으나, 급변하는 기후위기 앞에서는 현행 권고 중심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제는 산재 적용과 쉼터 중심의 '1세대 보호'를 넘어, 기후 적응과 소득 보전을 결합한 '2세대 사회안전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다. 따라서 당사자들의 자조적 노력이나 쉼터 확충을 넘어, 실효성 있는 종합적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작업중지의 실질화, 소득 보전, 적정 수수료와 수급 관리에 이르기까지—이 모든 쟁점을 노동자·소비자·기업·정부가 함께하는 '사회적 대화'의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 여기서 기후위기 대응 기준과 비용분담 원칙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과거 사회적 대화의 공과에 대한 냉철한 성찰을 바탕으로 한 내실있는 사회적 대화야말로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 가능한 도시 생태계와 물류 인프라를 유지하는 가장 스마트한 위험 관리 전략이다. 폭염은 자연이 만들지만, 그 피해의 크기는 결국 사회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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