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이호준] 대통령 말의 무게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이호준 논설위원
이호준 논설위원

검사의 직접·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범죄 피해자 보호 약화와 경찰 권한 비대화(肥大化) 등을 우려하며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건 정책 판단의 영역이다. 시시비비를 떠나 국정 최고책임자의 권한이다.

그러나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대통령의 언어가 논쟁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건 다른 문제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 그렇다. 이 대통령은 수사·기소 분리에 대해 "모든 권력기관을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했다. 사필귀정. '모든 일은 결국 바른 데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옳고 그름'의 전제가 있어야 성립되는 말이다. 검찰의 권한 집중을 비판하는 취지였다고 해도, 오랜 기간 검찰 수사의 당사자였던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사필귀정'은 정책적 판단보다 개인적 한풀이로 들릴 수 있다. 부실·부정·늑장 수사 우려나 피해자 보호 공백 같은, 정작 실질적 쟁점은 뒷전으로 밀리고 감정의 언어가 남았다. 그래 놓고는 5일 법무부 등 업무보고에선 "개정된 형사소송법을 안 읽어봐서 그러는데, 법안에 의하면 검사가 수사하면 안 된다고 돼 있느냐"고 했다.

5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한 '쿠데타' 발언도 그렇다.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하면서 한 '육사 출신이 또 쿠데타 할 수도 있다'는 발언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쿠데타를 세 번이나 한 중심이 육군사관학교" "앞으로는 절대 구조적으로 못 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최고 통수권자의 '육사-쿠데타 중심' 낙인(烙印) 언사는 반발을 사고 사기만 떨어뜨릴 뿐이다.

앞서도 이런 사례는 적잖았다. "권력에는 서열이 있다"며 사법부를 무시하는 듯한 말을 해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는 등 논란 발언은 잊을 만하면 나왔다. 대통령의 언어는 곧 국정(國政)이다. 감정적·자극적이거나 그렇게 비칠 수 있는 발언은 조심해야 한다. 논란·오해의 여지가 있는 표현은 신중해야 한다. 특히 그 언어에 가려 정책의 본질이 뒷전으로 밀려나선 안 된다. 대통령의 어깨는 무겁다. 국민, 국정, 정책의 무게 때문이다. 그 무게에 걸맞은 언어도 필요하다.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21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후임 비서실장으로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거론되고...
최근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공급 부족이 범용 제품으로 확산되면서 삼성전기와 아모텍 등 관련 주식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
우리나라 장묘문화는 '봉분의 퇴장'으로 대표되는 큰 변화를 겪고 있으며, 2024년 기준 화장률이 94%에 달하면서 화장과 자연장이 보편화되...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