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李 대통령과 민주당·국민의힘 모두 상극(相剋) 행동 자제하라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18일 예정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과 다음 달로 예정된 '불법 대북 송금' 재판을 받을 의지가 있나"고 공개 질문했다. 김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지금 추진하고 있는 '대통령 방탄 3법', 즉 공직선거법 개정안, 대통령 당선 시 형사재판을 정지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대법관 증원법이 대통령 개인을 위한 법이냐,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 대통령은 재판을 면제받기 위한 자리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지적은 헌법과 민주주의 가치에 부합한다. 그럼에도 이 지적이 얼마나 실효성(實效性)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국민의힘과 보수 우파 국민이 반대한다고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가 '방탄법' 추진을 중단할 리 없으니 말이다.

민주당은 새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 법안대로 3개의 특검이 출범하면 투입되는 검사만 120명에 이른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전담 검찰청이 신설되는 셈"이라고 평가한다. 수사 기간도 6개월에 이른다. 과연 이것이 이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내건 실용과 통합에 부합하는가?

현재 이 대통령은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그중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함으로써 사실상 유죄를 확정했다. 이 대통령이 관련된 이화영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도 대법원 유죄가 확정됐다. 6·3 대선 출구 조사에서 '이 대통령 재판'에 대해 물었더니 응답자의 63.9%가 '계속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재판 중단'은 25.8%였다. 법치에 따른 대통령 재판 계속과 국정 안정이라는 모순(矛盾)에 처한 것이다.

우리가 꼭 그 길만 고집해야 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국민, 국민의힘과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이 각자 상대를 향해 "처벌받으라"며 지지고 볶고 싸워야 할까. 이렇게 올해를 다 보내면, 내년에는 또 지방선거를 겨냥한 싸움이 펼쳐질 것이다. 이 나라는 어디로 가는가.

혐의가 있다면 수사받고 재판받고 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민이 막 선출한 대통령을 흔드는 것이 합리적인지는 의문이다. 마찬가지로 실용·통합을 외치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부터 정치 보복과 대통령 방탄으로 비치는 법안 처리에만 몰두하는 것이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될까.

이 대통령을 흔든다고 나아질 것은 없다. 오히려 이 대통령이 진영 결집을 위해 진보 좌파가 선호하고, 보수 우파는 우려하는 정책, 즉 한미동맹 약화, 일본과 외교 파탄, 친북 친중으로 기울게 될지도 모른다. 성장보다 분배, 국익보다 정권 이익, 화합보다 대결, 실용보다 이념에 집중하게 될 수도 있다. 그것이 대한민국에 무슨 도움이 되나.

통합과 상생은 서로가 우려하는 바를 행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한다. 국민의힘과 보수 우파 국민들은 이 대통령 재판을 중단하는 데 동의하고, 국익을 위한 정치에 몰두(沒頭)하도록 길을 열어 주는 것은 어떨까? 이 대통령과 민주당 역시 방탄이나 정치 보복으로 비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고, 국민 전체를 위한 일에만 집중하는 것은 어떨까?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가 우리를 돕는 길이다.

보수 우파 국민들은 나라를 잃은 것이 아니고, 진보 좌파 국민들은 잃었던 나라를 되찾은 것이 아니다. 여전히 대한민국이고, 같은 국민이다. 해방 정국 같은 혼란과 갈등을 스스로 야기(惹起)할 이유가 없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