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시속으로] 화폭에 담아낸 대숲의 바람과 향기, 햇빛, 소리

갤러리 인 슈바빙, 이창규 개인전
6월 12일부터 21일까지

이창규, 빛-바람, 50.0x50.0, oil on canvas, 2025
이창규, 빛-바람, 50.0x50.0, oil on canvas, 2025
이창규, 빛-바람, 72.7 x 50.0, Oil on canvas, 2025
이창규, 빛-바람, 72.7 x 50.0, Oil on canvas, 2025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이창규 작가. 이연정 기자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이창규 작가. 이연정 기자

전시장이 싱그러운 대나무 향기로 가득 찼다. 마음 속까지 시원해지는 듯한 대숲의 풍경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갤러리 인 슈바빙(대구 중구 동덕로 32-1)에서 12일부터 개인전을 여는 이창규 작가는 30년 가까이 대숲 속 아름다운 장면들을 포착해 화폭에 옮겨온 '대나무 작가'다.

그의 작품 속 대나무는 부드럽고 평온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절개와 지조라는 상징성을 나타내고자 일필휘지와 굵은 선으로 표현하는 전통적인 대나무 그림과 달리, 풍경 속으로 걸어들어가 휴식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한다.

2000년대 초까지 척박한 시골 풍경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오던 그의 마음에 대숲이 들어선 것은 어느 날 홀로 떠난 여행에서였다. 전남 담양의 소쇄원에서 마주한 왕대는 압도적이었고, 그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왕대에 경이로움을 느끼는 한편, 대숲 속으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댓잎이 서로 스스륵 스치는 소리, 댓잎이 흔들릴 때마다 그 사이로 비치는 햇빛 등 모든 것이 환상적이었습니다. 그 느낌을 잘 간직했다가 그림으로 옮겼더니 주변 반응이 참 좋았어요."

이창규, 빛-바람, 72.7x72.7,Oil on canvas, 2025
이창규, 빛-바람, 72.7x72.7,Oil on canvas, 2025
이창규, 빛-바람, 100.0 x 72.7, Oil on canvas, 2025
이창규, 빛-바람, 100.0 x 72.7, Oil on canvas, 2025

당시 대구에서 꽤 큰 규모였던 두산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300호 등 대작을 선보이며 그는 '대나무 작가'로서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이후 전북 고창과 경남 거제, 진주, 부산 기장, 섬진강변 등 전국을 다니며 다양한 대나무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왔다.

그는 "같은 장소를 가도 온도나 햇살 양, 바람 등 모든 것이 새롭다"며 "계절마다, 혹은 내 감정에 따라 다른 풍경으로 다가오기에 또 다른 그림의 소재가 되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풍경을 그대로 그리기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빛과 바람, 쌉싸름한 대숲의 내음과 소리를 함께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작가는 삭막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안식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음식 솜씨는 없습니다만, 제 작품을 스스로 나물 반찬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강한 양념을 써서 입맛을 확 돋우는 반찬이 아니라, 소재의 본질을 살리고 최소한의 양념만 해서 오래 곱씹게 되는 그런 작품이요. 제가 느낀 대숲에서의 황홀함을 관람객들도 함께 느꼈으면 합니다."

전시는 21일까지. 053-257-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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