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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02>인기 화가의 소품 부채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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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김은호(1892-1979),
김은호(1892-1979), '참새와 버드나무', 종이에 담채, 14.5×46.8㎝, 호림박물관 소장

이당 김은호는 인기가 많았다. 21세의 젊은 나이에 순종의 초상화를 그린 어진화사였고, 서화협회전(1921-1936년)과 조선미술전람회전(1922-1944년)을 통해 감각적인 화풍의 채색화로 인기를 얻었다. 한 장소에 모아놓은 많은 미술품을 누구나 와서 관람할 수 있는 '전람회'라는 획기적인 미술 감상 시스템은 회화를 많은 사람들에게 접촉시켰고 인기화가를 탄생시켰다.

김은호는 초상화, 미인화, 도석화 뿐 아니라 산수, 실경산수, 사군자, 화조, 영모, 풍속 등 모든 장르를 소화했고 심지어 유화도 그렸다. 독지가의 후원으로 일본에 유학할 때 동양화를 무시하는 서양화가와 시비가 붙자 유화 재료를 사다 인물화를 그려 공모전에 입선하며 그림 싸움을 벌일 정도로 그림이라면 자신만만했다.

인기 화가 김은호가 부채그림을 비롯해 가까운 이들의 요청에 부응하는 소품으로 즐겨 그린 소재가 참새다. 조그마한 몸집에 깃털 색도 수수한 참새는 주변에 흔한 정겨운 텃새지만 그림에 자주 보이는 건 20세기 들어서다. 김은호의 스승 안중식도 참새를 그렸지만 참새를 화조화의 한 화재(畵材)로 유행시킨 것은 김은호다. '참새 작(雀)'은 '까치 작(鵲)'과 발음이 같아 희작(喜鵲)으로 부르는 길조 까치처럼 참새도 기쁨을 나타내므로 뜻도 상서롭다.

'참새와 버드나무'는 비스듬한 버드나무 가지를 부채꼴의 독특한 반원형에 따라 활기 있게 펼치고 참새 세 마리를 그렸다. 제화에 '도홍유록(桃紅柳綠)'이라고 했듯 연둣빛 버들잎 사이로 분홍빛 복사꽃이 어울려 구성의 밀도와 화사함을 높인다.

도홍유록미신청(桃紅柳綠媚新晴) 붉은 복사꽃 푸른 버드나무 비 개어 아름다운데

호조비래전호성(好鳥飛來轉好聲) 예쁜 새 날아오니 그 소리 더욱 듣기 좋네

이당(以堂) 사(寫) 이당(김은호) 그리다

참새 사이에 벌 한 마리가 마치 날개를 떨고 있는 듯 그려져 생동감을 더한다. 참새는 생김새와 색깔에 따라 옅은 색면을 부분적으로 칠해 놓고 그 위에 짙은 색으로 선을 긋고 점을 찍어 단숨에 형태가 나타났다. 담채의 몰골법과 재빠른 점획은 김은호의 노련한 솜씨를 잘 보여준다.

김은호는 1930년대에 일제 군국주의를 고무하는 친일 미술활동을 한 이력이 있다. 동시에 1919년 삼일운동이 일어났을 때 거리에 나가 만세운동에 참여하며 독립신문을 배달했고, 일경에 체포돼 서대문형무소에서 11개월 복역했다. 한자문화권의 예술관은 작품과 작가를 분리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학을 윤리학에 복속시켜 인격주의를 과도하게 예술에 적용하는 것이 불가침의 유일한 잣대는 아닐 것이다. 친일 때문에 김은호를 끝까지 존경하지 못하는 게 억울하다.

대구의 미술사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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