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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향한 총알이 된 아일랜드어 힙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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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니캡 멤버들 직접 출연한 전기 영화 18일 개봉…선댄스 관객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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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니캡' 속 한 장면. 필름다빈 제공

북아일랜드의 모국어는 아일랜드어다. 하지만 아일랜드어를 매일 사용하는 북아일랜드 사람은 전체 인구의 2% 수준인 4만여 명뿐이다. 조금이라도 아일랜드를 아는 사람 역시 10%에 불과하다.

북아일랜드가 800년 가까이 영국의 지배를 받은 데다 교육·행정 등 공공 영역에서 영어를 사용하면서 아일랜드어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특히 젊은 세대는 세계화에 휩쓸려 자기 모국어도 모른 채 평생을 살아간다.

니캡은 이런 '죽은 언어'로 힙합을 하는 그룹이다. 벨파스트 출신의 세 멤버로 구성된 니캡은 2017년부터 아일랜드어 랩 음반을 발표하고 무대에 서고 있다. 아일랜드 통합을 꿈꾸는 공화주의자인 이들은 아일랜드어를 쓸 권리와 이를 억압하는 공권력에 대한 저항을 가사에 담아 청년들에게서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리치 페피아트 감독의 '니캡'에는 그룹 결성 후 팬층을 넓히던 니캡의 초창기 모습이 담겨 있다. 모 차라, 모글리 밥, DJ 프로비 세 멤버가 본인 역할을 직접 연기했다. 스토리의 대부분은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 것이지만, 드라마틱한 전개를 위해 일부 설정을 바꾸고 픽션도 더했다.

영화는 모글리가 아버지이자 무장 공화주의 단체 활동가 아를로(마이클 패스벤더 분)에게서 아일랜드어를 배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를로는 아들에게 "모든 아일랜드 단어는 아일랜드의 자유를 위해 쓰는 총알"이라고 가르친다. 이 말은 모글리 정체성의 뿌리가 된다.

시간이 흘러 청년이 된 그는 절친한 친구 모와 함께 마약과 술에 빠져 살고 있다. 마약을 거래하다 붙잡힌 그는 경찰 앞에서 영어 쓰기를 거부한다. 아일랜드어 교사인 프로비가 통역을 위해 경찰서에 오면서 둘은 운명적으로 만난다.

프로비는 모글리와 모가 만든 아일랜드어 힙합을 듣고 충격받는다. 음악가가 꿈이었던 그는 비트와 사운드를 담당하기로 하고 두 사람과 함께 니캡을 결성한다.

이들의 음악은 아일랜드 젊은이들 사이에서 차츰 인기를 얻는다. 그러나 이들의 정치 세력화를 두려워하는 경찰과 북아일랜드의 영국 통합을 지지하는 유니오니스트, 무장 단체의 방해 때문에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다소 무거운 이야기로 보일 수 있지만 멤버들의 이른바 '똘끼' 덕분에 영화는 내내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유니오니스트에게 유치한 시비를 걸고 도망가고 죽음의 위기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모글리와 모의 모습은 마치 B급 코미디 속 주인공 같다.

니캡의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이 영화의 매력 중 하나다. 특히 정치권력과 경찰, 유니오니스트들을 일갈하고 목이 터지라고 랩을 하는 후반부 공연 장면은 광란의 파티처럼 묘사돼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제40회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된 '니캡'은 관객의 투표로 선정되는 상인 관객상을 가져갔다. 해외 매체로부터 "스크린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폭발적인 에너지", "정치적 목적을 재정의한 힙합"이라는 호평을 들었다.

18일 개봉. 105분.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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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니캡' 속 한 장면. 필름다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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