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정갈등 1년 반…피해신고 80%↓, 지난달 수술 지연 신고 '0건'

환자단체 "지금이 '뉴노멀'…신고해도 바뀌지 않을 거라 체념한 것"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 인근에서 한 의료 관계자가 내원객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 인근에서 한 의료 관계자가 내원객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정 갈등이 1년 반 가까이 이어지는 동안 의료 현장에서 겪은 환자들의 피해 신고 건수가 80%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피해 숫자가 줄어들었다기보다는 환자들이 자포자기한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이달 19일 현재 127건이었다. 이달 들어 하루 평균 6.7건가량 접수된 것으로, 이 추세라면 이달 총 상담건수는 약 200건이 될 전망이다.

이는 정부가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 지난해 2월 19일 피해신고지원센터 운영을 시작했을 때보다 80% 이상 줄어든 수치다.

의정갈등 초기였던 지난해 2월 19∼29일에는 11일만에 783건이 접수됐고, 3월에는 1천197건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278건)에 300건 밑으로 내려갔다가 12월(406건)에 다시 400건대로 올랐으나 올해 4월(275건)부터는 200건대에 머무는 등 상담 건수는 대체로 감소세를 탔다. 지난 달 상담 건수(235건)는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80.4% 줄었다.

특히 피해 사례 중 비교적 심각한 수술 지연의 경우 지난해 2월 19∼29일 256건에 달했으나 지난달부터 이달 19일까지는 한 건도 없었다. 법률 상담도 지난해 3월 143건으로 최고치를 찍은 뒤 지난해 11월부터는 매월 0건을 기록 중이다.

환자 단체 등 의료 소비자들은 이 수치가 의료 현장이 안정화됐다는 신호가 아니라 환자들이 현 상황을 '뉴노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로 분석한다.

김성주 중증질환연합회장은 "환자들이 체념한 것"이라며 "1년 반 동안 뭘 해도 바뀐 게 없어서 의료현장이 이 상태로 굳어진 것으로 보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은 이제 수술이나 입원이 늦어지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인식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며 "또 피해를 신고한다 해도 실제로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에 신고를 안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