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우탁의 외교전선] 美·이스라엘은 왜 이란을 때렸나

이란의 '핵 야욕' 미국을 자극했다

이우탁
이우탁

미국과 이스라엘이 최근 이란의 핵 시설을 폭격했다. 이란의 대응·보복 수위가 주목된다. 이란의 선택에 따라 이른바 제5차 중동전이 발발하느냐의 기로에 섰다.

이란의 선택은 두 가지다. 미국, 이슬라엘과의 확전이냐 아니면 이스라엘과의 소모전에 그치냐다. 어떤 상황을 선택하더라도 미국과는 '약속대련'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

이란은 진퇴양난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굴복시 전권 붕괴 위험이 있고 강경 보복시 미·이스라엘의 추가 개입에 이어 국가 존망의 상황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금단의 영역에 들어선 인류…핵무기의 위력

2차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해 미국은 한방에 적군이 항복할 가공할 무기 개발에 착수한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올인한 미국은 결국 1945년 7월16일 월요일 오전 5시 30분, 미국의 황량한 사막지대에서 태양이 폭발한 것과 같은 거대한 섬광이 대지를 대낮처럼 밝힌 핵실험에 성공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미국의 물리학자들은 원자폭탄의 위력을 알고 두려워했다. 인류가 들어서선 안될 금단이 영역에 들어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인류가 핵무기를 경험한 것은 1945년 8월 6일과 8월 9일이었다. 미국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투하했다. 그 결과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을 끝냈고, 이후 세계 패권을 장악했다. 그러나 미국에 이어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하면서 '공포의 핵균형' 속에 인류는 살아가고 있다.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도 자국의 생존을 위해 비밀리에 핵개발에 성공했고, 북한도 사실상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다.

너무 상식적인 얘기 같지만 핵무기는 한 개의 원자가 어떤 조건 하에서 두 개의 원자로 나눠질 때(핵분열) 발생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이용한 폭탄이다. 그렇다면 핵분열성 물질은 무엇인가? 쉽게 분류해서 플루토늄과(科)와 우라늄과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라늄은 자연에서 얻어질 수 있다. 플루토늄은 우라늄을 원자로에서 태우고 난 뒤에 추출할 수 있다. 미군이 일본에 떨어뜨린 핵폭탄은 각각 다른 종류였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것은 우라늄 핵폭탄이었고, 나가사키에 떨어진 것이 플루토늄 핵폭탄이었다.

우라늄 핵시설이 왜 공포의 대상이 될까.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큰 원자로나 재처리 시설이 필요하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인공위성 등을 통해 손바닥 보듯 감시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우라늄 핵시설은 은닉하기 매우 수월하다. 우라늄은 일반 환경에서도 방사선 노출이 많지 않다고 한다. 성질이 온순한 고농축 우라늄은 그냥 길게 나열된 상태(포신)에서 'p조각으로 나누었다가 기폭장치가 터지면 그대로 뭉쳐 임계질량이 되면 폭발한다. 특별히 핵실험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우라늄 농축을 위해 필요한 원심분리기를 갖춘 시설도 깊은 산속이나 지하에 만들어 놓을 수 있다. 미국의 정보위성망에서 벗어나기 용이함을 의미한다. 미국이 그토록 무서워하는 북한의 강선 핵시설이나 이란의 우라늄 농축시설들은 모두 철저하게 숨겨져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죽을 힘을 다해 이 시설들을 찾아내 파괴하려고 한다. 왜일까. 만약 북한이 만든 핵물질이 중동의 한 국가나 테러리스트 조직의 수중에 들어갈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유대인들이 쥐락펴략하는 미국에게 이스라엘은 남의 나라가 아니다. 그런데 다른데도 아닌 중동의 한복판에서 이란이 우라눔 핵폭탄을 만들기 일보 직전까지 다가셨다.

◆ '핵무기 일보직전' 이란 핵개발 어디까지…비상걸린 美.이스라엘

이란은 일찍이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체결(1950년)하며 원자력 개발을 시작했다. 친(親)서방 군주가 통치하던 때였다. 그런데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철회했다. 하지만 이란은 비밀리에 핵개발을 이어갔다. 특히 중국과 파키스탄과의 협력으로 이란의 핵개발은 급진전됐다.

2000년대 초 국제 사찰단은 이란 나탄즈의 핵시설에서 고농축 우라늄의 흔적을 발견했다. 국제사회는 이란에 대한 제재에 나섰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6개국은 2015년 이란과 핵합의(JCPOA)를 타결했다. JCPOA는 이란에 대해 3.67% 이하의 저농축 우라늄만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이란의 핵개발을 막지 못하는 합의라며 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 수준을 높였다. 무기급 수준까지는 못가고 60% 수준에 도달했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JCPOA 복원을 선언하고 2021년 4월부터 이란과 협의를 진행했지만 2022년 8월 마지막 회담을 끝으로 협상은 중단됐다. 이란은 2023년 고농축 우라늄 생산 재개를 선언했다. 그 즈음 IAEA는 이란이 무기급 핵 개발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IAEA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이란은 순도 60%의 우라늄 약 275㎏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핵무기 약 6개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 일각에서는 단 3주 만에 핵탄두 9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적어도 6개월 안에 초보적 수준의 핵 폭탄을 만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는 급히 지난 4월 이란과의 핵협상을 재개했다. 핵심은 역시 우라늄 농축 수준이었다. 양측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이스라엘은 '나쁜 합의'가 나올 것을 우려했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전면 금지하고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스라엘은 6월13일 선제공습을 감행했다. 이란의 지상 핵시설인 나탄즈 핵시설을 타격하고 군 수뇌부와 주요 핵 과학자를 암살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란 핵개발의 심장, 포르도를 파괴해야만 이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했다.

고농축 우라늄 기지인 포르도 기지는 당연히 깊은 산악지대의 지하에 건설됐다. 단단한 암벽 아래에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돼있어 이스라엘이 보유한 공습 무기로는 파괴가 불가능하다. 이 시설을 폭파할 수 있는 무기는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초강력 벙커버스터'인 GBU-57 MOP(Massive Ordnance Penetrator) 뿐이다. 결국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월22일 포르도 핵시설을 포함해 이란의 3대 주요 핵시설에 벙커버스터를 퍼부었다. 공습 이후 미국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트럼프는 대국민연설에서 "포르도는 끝장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농축 우라늄의 특성을 감안할 때 완전한 제거가 가능할지 의문을 품는다. 앞서도 설명했듯 고농축 우라늄은 심각한 방사능 노출없이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있고, 고농축 우라늄이 있으면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우라늄 핵폭탄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란 당국은 미군의 공습이 있었지만 포르도 핵시설 지상부만 손상된 상태이며, 특히 농축 우라늄을 미리 다른 장소로 옮겨놓았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주장대로 포르도 핵시설이 건재하거나 농축 우라늄이 안전하게 옮겨졌다면 이란은 미국의 공습을 계기로 오히려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란 원자력청(AEOI)은 "적들의 사악한 음모가 핵 순교자들의 피로 이뤄진 이 국가산업(핵프로그램) 발전의 길을 멈추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의 보복을 다짐한 것이다.

◆ '이란 항복' 요구하는 美, 이란 다음은 북한일까

미국의 목표는 이스라엘과 함께 분명하다. 이란이 핵무기를 손에 쥘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모든 수단을 제거하는 것이다. 미국의 벙커버스터의 위력을 감안할 때 이란 핵의 심장인 포르도 핵시설 등의 타격은 심각한 수준일 것이다. 그러나 순교를 각오한 이란의 핵과학자들을 모두 제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넓디 넓은 이란 영토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은닉할 산악지역은 널려있다. 결국 이란을 움직이는 실권자들을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SNS에 "무조건 항복하라!"(UNCONDITIONAL SURRENDER!)고 썼다. 그리고 "우리는 소위 '최고 지도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도 했다. 이슬람 신정 체제를 무너뜨리는 '정권교체'까지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이란이 '체제 유지'를 위해 핵 프로그램 전면 포기 등을 택할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은 중동 안보에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항복 아닌 순교자적 저항에 나서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는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까지 가세할 경우 중동발 세계대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패권도전국인 중국을 압박하는데 올인해온 안보전략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중국을 반드시 굴복시키겠다는 트럼프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과연 미국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세계인의 시선이 예측불허의 트럼프에 쏠리는 이유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란 사태는 곧바로 한반도와도 연결된다. 미국이 이란에 한 것처럼 북한의 핵시설들을 향해 벙커버스터 버튼을 누를 것인가. 그러나 북한은 이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핵능력을 이미 보유했다. 북한은 2006년 10월의 첫 핵실험 이후 현재까지 모두 6차례 핵실험을 강행해 사실상 핵무기를 손에 쥐고 있다.

전문가들은 20기에서 최대 50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정은은 아예 어린 딸까지 데리고 다니면서 첨단 고농축 우라늄 시설들을 내외에 과시할 정도다. 미국 본토까지 사거리로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도 했다.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를 선제공격하려면 상대의 핵무기 보복을 감수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를 '공포의 균형'이라고 하는데 1945년 이후 한번도 핵무기를 투하한 적이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을 선제 타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게다가 북한 뒤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버티고 있다. 머리 위에 북한의 핵무기를 지고 살아야 할 한반도 남쪽의 사람들의 생존이 걱정되는 오늘이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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