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시험해본 느낌입니다. 점점 더 긴 이닝을 던지고 싶어요."
폭염 속에서 KBO 프로야구 2025시즌이 진행 중이다. 더위로 이름난 대구에선 4~6일 삼성 라이온즈가 LG 트윈스와 맞붙었다. 4일 삼성은 4대1로 승리, 첫 단추를 잘 뀄다. 선발로 나선 이승현이 눈부신 호투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승현은 대구상원고 출신인 5년 차 왼손 투수. 2021년 데뷔 후 불펜으로 뛰다 지난해 선발투수로 전환했다. 6승을 거두며 올 시즌 기대감을 키웠다. 시즌 초반 5패만 기록하는 등 흐름이 좋지 않았으나 5월말부터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4일 투구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8⅓이닝 1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했다. 자신의 한 경기 최다 이닝 투구 기록(6이닝)을 갈아치웠을 뿐 아니라 KBO 리그 15번째로 노히트 노런(투수가 피안타 없이 9이닝 무실점하는 경기) 기록을 세울 뻔했다.

이날 이승현의 투구는 깔끔했다. 1, 3, 4, 6, 7회초는 3자 범퇴. 2, 5, 8회초 4사구를 하나씩 내줬으나 실점하지 않았다. 특히 8회초 1사 1루에서 LG 김주성의 타구를 1루수 르윈 디아즈가 정면에서 잡아 병살타로 처리, 노히트 노런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종착역을 눈앞에 두고 삐끗했다. 9회초 첫 타자 박해민을 2루수 앞 땅볼로 처리했다. 노히트 노런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2개. 하지만 신민재에게 우월 솔로 홈런을 맞았다. 이날 LG의 유일한 안타였다. 이승현이 마운드를 내려왔고, 김태훈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이승현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노히트 노런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기분이 들뜨면 안될 것 같아 공 하나하나에만 집중하려고 애썼다"며 "수비와 포수 (김)재성이형의 도움 덕분에 잘 던질 수 있었다"고 했다.
변화를 준 게 잘 맞아떨어졌다. 최일언, 박석진 코치의 조언을 따랐다. 투구 동작을 좀 더 짧고 간결하게 하면서 팔 스윙이 자연스러워졌다. 공을 놓는 지점(릴리스 포인트)도 일정하게 잡혔다. 주무기인 커브도 좀 더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다듬었다.

선배 투수들의 얘기도 힘이 됐다. 백정현과 아리엘 후라도의 말에 따라 캐치볼을 한 뒤엔 불펜에서 코스별로 던지는 연습을 더 한 뒤 훈련을 끝낸다. 이승현은 "마운드가 있는 불펜에서 던지는 건 평지에서의 캐치볼과 느낌이 다르다. 투구 감각이 잘 잡힌다"고 했다.
이젠 껍질을 깨고 나온 느낌. 하지만 이승현은 "아직 멀었다. (깨기엔) 알이 너무 단단하다"며 웃었다. 그는 "(원)태인이 형과 후라도처럼 선발답게 이닝을 길게 끌고 가야 한다"며 ""일단 건강하게 시즌을 완주하는 게 목표다. 성적은 그 다음 문제"라고 했다.
이승현의 호투로 박진만 감독도 한시름 덜었다. 투수진 운용에 숨통이 트였다. 박 감독은 "이승현의 '인생투'였을 것이다. 이제 마운드에서 좀 더 여유가 생길 것 같다"며 "포수 김재성이 숨은 공로자다. 둘이 잘 맞는 듯하다. 다음 경기 때도 같이 출전시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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