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CJ그룹, 파생상품 이용한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65억원 과징금

공정위, TRS 계약 통해 부실 계열사 저금리 자금 지원
CJ건설·시뮬라인 영구전환사채 발행 신용보강 제재

공정거래위원회 최장관 기업집단감시국장이 16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CJ㈜ 및 CJ CGV㈜가 각각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신용보강·지급보증 수단으로 이용해 자신의 계열사인 CJ 건설㈜ 및 ㈜시뮬라인이 저금리로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65억원, 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최장관 기업집단감시국장이 16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CJ㈜ 및 CJ CGV㈜가 각각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신용보강·지급보증 수단으로 이용해 자신의 계열사인 CJ 건설㈜ 및 ㈜시뮬라인이 저금리로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65억원, 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CJ그룹이 파생상품을 통해 부실 계열사에 자금을 부당하게 수혈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우량 계열사의 신용 보강을 통해 퇴출돼야 할 부실 계열사를 살려내 시장의 공정한 거래 질서가 저해됐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16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CJ와 CJ CGV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65억4천1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CJ와 CGV는 2015년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신용보강·지급보증 수단으로 이용해 CJ건설(지금의 CJ대한통운)과 시뮬라인(지금의 CJ 4DX)이 영구전환사채를 저금리로 발행할 수 있도록 부당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TRS는 총수익 매도자가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나 손실 등 모든 현금 흐름을 총수익 매수자에게 이전하고, 그 대가로 약정이자를 받는 파생상품이다. 채무보증과 성격이 비슷한 면이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 CJ건설은 2010∼2014년, 시뮬라인은 2013∼2014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등 심각한 재무적 위기 상황을 겪었다. 두 회사는 만기를 영구히 연장할 수 있으며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착된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려 했다.

하지만 CJ건설은 신용도가 'BBB+'로 낮았고, 시뮬라인은 등급 자체가 없어 사채를 인수할 금융회사를 찾기 어려웠다. 이에 신용도가 'AA-'로 높은 CJ와 CGV가 금융회사와 TRS 계약을 체결하는 조건으로 영구전환사채(CJ건설 500억원·시뮬라인 150억원) 인수를 성사시켰다.

영구전환사채 금리는 지원 주체의 높은 신용도를 기준으로 결정돼 이자 비용은 최소 CJ건설 31억5천600만원, 시뮬라인 21억2천500만원 절감할 수 있었다고 공정위는 파악했다.

결국 CJ·CGV는 아무런 대가 없이 영구전환사채의 신용 위험을 떠안고, 그 대신 CJ건설·시뮬라인이 3%대의 저금리로 거액의 자금(자본총액 대비 CJ건설 52%·시뮬라인 417%)을 융통한 부당지원 구조라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영구전환사채 계약 조건상 TRS 계약 기간에는 전환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돼 있다는 점, 회사 내부 문건상 CJ·CGV는 애초 이익 실현을 할 의사가 없었다는 점이 근거다.

공정위는 당시 CJ 이사회가 실적이 나쁜 회사에 보증을 서는 배임이고 손실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로 계약을 한 차례 부결시켰다는 점도 위법 근거로 들었다.

공정위는 부당지원 결과 CJ건설은 신용등급 강등 위기를 모면해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그 대신 독립 중소기업의 경쟁기회가 실질적으로 제한됐다고 판단했다. 시뮬라인 역시 퇴출 위기를 모면한 동시에 시장 내 유일한 사업자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2023년 8월 시민단체 참여연대의 신고로 조사를 벌여 이 같은 제재를 결정했다.

최장관 공정위 최장관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사실상 신용보강·지급보증을 파생상품을 통한 투자인 것처럼 보이도록 은폐한 행위를 제재한 사례"라며 "형식적으로는 정상적인 금융상품이라도 특정 계열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CJ 측은 "자회사들의 유동성 어려움은 공정위가 지적한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으며, 공정거래를 저해한 사실도 없다"며 "의결서 수령 후 대응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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