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럼프 6개월] 美 세계 경찰국가 지향, '힘을 통한 평화'엔 한계

우크라 휴전 중재 '난항', 푸틴 압박·우크라 지원으로 전환
이란 직접 공습해 핵협상 재개 '강제', 가자 휴전 난항
인도-파키스탄 휴전 등 중재외교 성과 '잇속 챙기기''

취임 6개월을 맞이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만찬을 겸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임 6개월을 맞이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만찬을 겸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세계 경찰국가를 지향하며, 지구촌 평화를 유지하려 했지만, '힘을 통한 평화'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취임 6개월을 맞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분쟁과 갈등을 압박을 통해 단번에 해결하려 했지만, 당사국들의 저항도 거셌다.

특히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분쟁 당사국들을 군사·경제력으로 압박해 협상을 강요하는 '중재 외교'에 주력했지만, 그럴수록 다자주의를 지향하는 세력들이 미국 중심으로 세계가 재편되는 것에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러-우 전쟁 언제 끝나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로 끝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으나, 우크라이나를 먼저 침략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설득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최근에야 깨닫고 있다.

푸틴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는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크라이나에 일방적인 양보를 압박해 러시아와의 휴전을 성사하고자 했다. 자기보다 약한 상대를 힘으로 누르려는 이런 협상 방식은 지난 2월 28일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휴전하려면 재차 침공을 막을 확실한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카메라 앞에서 거칠게 비난했고, 회담을 일방적으로 끝내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사실상 내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도 압박해 전쟁 시작 3년 2개월 만에 양측을 협상장에 앉히는 데는 성공했으나 입장차가 워낙 큰 상황에서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다. 이달 14일에는 러시아가 50일 이내에 우크라이나와 휴전을 합의하지 않으면, 100% 관세를 러시아 및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에 부과하겠다고 시한을 통첩했다.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모인 집회 참가자들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의 전쟁 종식을 요구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구세주가 되어주기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모인 집회 참가자들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의 전쟁 종식을 요구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구세주가 되어주기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이란 핵시설 타격, 중동 평화는 안갯속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에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와 가자지구 휴전에 주력하고 있지만, 아직 이 지역은 항구적 평화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그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폭격하는 것을 묵인하면서, 각종 제재로 이란을 옥죄는 '최대 압박' 전술을 구사했다.

미국은 이란과의 핵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지난달 22일 미군을 직접 투입해 이란 핵시설을 공격했다. 이스라엘 자체 군사력만으로 지하 핵시설 파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공습에 가담해 이란의 핵 능력에 큰 타격을 입히고자 한 결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행정부에서 이뤄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비난해왔기에 이란 공습은 고립주의 성향의 지지자들을 놀라게 했고, 미국이 또다시 중동에서 전쟁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란 공습에는 미군의 B-2 스텔스 폭격기 7대가 지하 핵시설에 GBU-57 벙커버스터 폭탄을 처음으로 실전 사용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3개 핵시설의 완전한 파괴를 선언했다.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란은 이틀 뒤인 6월 24일 트럼프 대통령과 카타르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휴전을 선언했으며, 미국과 핵 협상 재개를 논의하고 있다.

가자지구 역시 최근 미국, 카타르, 이집트 3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휴전 협상이 재개됐지만 지속 가능한 휴전으로 이어질지 불확실하다.

◆세계 평화보다 미국의 잇속에 관심

지난 6개월간 전세계 분쟁에 선택적으로 개입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가 몇몇 지역에선 나름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오랜 숙적인 인도와 파키스탄은 지난 5월 카슈미르 지역 분쟁으로 전면전 직전까지 치달았다가 극적으로 휴전에 이르렀다.

핵을 가진 두 국가간 무력충돌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가 우려했던 당시 인도-파키스탄 사태가 해결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중재가 성공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외교적 치적으로 과시했다.

지난 30년간 전쟁을 벌여온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과 르완다는 지난 6월 28일 워싱턴D.C에서 미국과 카타르의 중재로 민주콩고 동부의 분쟁 종식을 위한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또 30년 넘게 영토 분쟁을 벌였던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지난 3월 평화 협정 초안에 합의했지만, 아직 공식 서명은 하지 않은 상태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 8일 내각회의에서 두 나라에 "조속한 평화협정 체결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중재외교에서도 주목할 점은 미국의 잇속을 챙기는 미국우선주의가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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