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정규 시즌은 대장정이다. 약 6개월에 걸친 장기 레이스에서 잘 버티려면 안정된 선발투수진이 필수. 순위 싸움에 한창인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진엔 희소식이 더해졌다. 새 식구 헤르손 가라비토가 호투, 희망을 안겼다.
프로야구는 한 상대와 3연전씩 치르는 게 일반적인 일정. 다양한 유형이 번갈아 선발로 나서면 3연전 상대는 적응하기 힘들어진다. 삼성이 강속구를 던지는 선발감에 관심을 보인 것도 그 때문. 기존 선발투수들은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는 유형이 아니었다.
삼성은 지난 6월 하순 가라비토에게 삼성 유니폼을 입혔다. 부상으로 낙마한 데니 레예스와 달리 대체 자원인 가라비토는 제구보다 구위로 승부하는 유형. 기대했던 대로 구위가 뛰어났다. 속구 구속은 시속 150㎞를 쉽게 넘었다. 우려했던 제구도 괜찮았다.

6월 26일 데뷔전에선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5이닝 동안 공 62개를 던지면서 1피안타 무실점으로 한화 이글스 타선을 꽁꽁 묶었다. 속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5㎞. 7월 2일 두 번째 등판인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5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문제는 세 번째 등판. 8일 NC 다이노스전에서 4이닝 8피안타 4사사구 4실점으로 부진했다. 특히 도루만 5개 허용한 게 치명타. 투구 동작이 컸던 탓에 주자를 견제하기 어려웠다. 억지로 투구 동작을 작게 하려 하자 제구가 흔들렸다. 구위도 떨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약점을 보완할 시간이 있다는 점. 10일 경기를 끝으로 올스타전 휴식기에 들어간 뒤 17일 후반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삼성은 후반기를 시작하자마자 비로 사흘 연속 경기를 치르지 못해 가라비토가 재정비할 시간을 더 벌었다.

23일 가라비토는 대구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에 선발 등판했다. 경기 전 만난 박진만 삼성 감독은 가라비토에게 신뢰를 보냈다. 그는 "전반기 마지막 등판(NC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휴식기 동안 잘 준비했다.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했다.
가라비토는 기대에 부응했다. 7이닝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9대0 완승을 이끌었다. 가라비토는 "첫 승을 거두게 돼 정말 좋다. 팀 승리에 기여해 더 뿌듯하다"며 "지난 등판 때는 볼넷을 많이 내줬는데 오늘은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아 만족한다"고 했다.
주자를 잘 내보내지 않다 보니 견제에 크게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그래도 변화가 눈에 띄는 부분은 타자와의 승부. 이날 투구 수는 81개(변화구 40개)에 불과했다. 그만큼 효율적으로 던졌다는 뜻. 힘으로 밀어붙이기보다 변화구를 많이 섞어 타자를 농락했다.

잡아낸 삼진 6개는 모두 헛스윙 삼진. 이 가운데중 5개는 마지막 공이 시속 130㎞ 내외인 커브였다. 나머지 1개 삼진은 시속 131㎞짜리 스위퍼(옆으로 휘는 슬라이더)로 잡아냈다. 타격 타이밍을 완벽히 빼앗았다는 얘기. 속구 최고 구속도 시속 153㎞로 좋았다.
가라비토는 7회초 투구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며 포효했다. 이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면 삼성 선발투수진은 더 강해진다. 두텁지 않은 불펜의 부담도 줄어든다. 후반기 상위권 진입을 노리는 삼성에겐 어느 때보다 가라비토의 호투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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