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김교영] 인사, 만사냐 망사냐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2019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투자 등 도덕성 문제가 불거졌다.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임명했다. 조 장관 찬반(贊反) 집회는 나라를 두 쪽으로 갈랐다. 조 장관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다. 당시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비판 여론에 귀 막고, 조 장관을 감쌌다. 조 전 장관은 징역 2년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가 청문 일정을 미루는 사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임명했다. 박 부총리는 청문회에서 음주운전 사실이 드러났고, 정책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에 대한 비판은 취임 뒤에도 이어졌다. 결국 박 부총리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등을 졸속(拙速) 발표했다가 34일 만에 물러났다.

인사 검증 실패 논란이 들끓었던 2022년 7월 5일. 윤 대통령은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았다. 윤 대통령의 답변은 가관(可觀)이었다. "그럼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 그는 기자들 앞에서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 윤석열 정권 몰락의 전조(前兆)였다.

보좌진·예산 갑질과 거짓 해명 의혹을 받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려 했고, 민주당 지도부는 "직장 갑질과 의원·보좌진 관계의 갑질은 다르다"며 그를 옹호했다. 여론을 거스른 행태다. 임명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 두 배 높고, 시민사회단체·진보정당도 반발했다. 당사자의 사퇴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정권 초기에 정부·대통령실 고위직 여러 명이 불명예 퇴진했거나 자리를 옮겼다. 이재명 정부의 오점(汚點)으로 기록될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측근·보은 인사' '부실 검증' 비판이 나오면, "인사 시스템은 문제없다"고 앵무새처럼 대응했다.

노(魯)나라 애공(哀公)이 공자(孔子)에게 "어떻게 하면 백성이 복종하겠냐"고 물었다. 공자 왈(曰), "곧고 바른 사람을 등용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을 버리면 백성들이 따르고, 바르지 못한 사람을 등용하고 곧은 사람을 버리면 백성들이 복종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잘못하면 망사(亡事)다.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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