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10조3천억여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경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는데 금융권 호황(好況)은 여전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로 수익성 악화를 예상했지만 4대 금융그룹은 '이자 놀이'로 21조원 넘게 벌었다. 비이자 이익도 7조2천억여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천억원가량 늘었다. 금리·환율이 떨어져 유가증권·외환·파생상품 이익이 급증했고, 은행 퇴직연금·방카슈랑스·증권 수수료도 짭짤했다. 예금·대출 금리의 차이, 즉 예대마진이 주 수입원이지만 은행들은 밖에서 볼 때 가만히 앉아 돈을 벌기도 한다.
은행마다 용어가 다르지만 '핵심저금리' 예금이 여기에 해당된다. 핵심이 붙었듯이 은행들마다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저금리에 걸맞게 시중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이자 지급액은 쥐꼬리보다 적다. 이런 돈이 상반기에 6조원 넘게 불었다는데, 공공기관이 사업 집행을 앞두고 넣어둔 자금과 개인 급여통장 잔액이다. 은행들의 숨겨 둔 꿀단지인 까닭은 연 0.1%에 불과한 급여통장 이자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은행들은 언제든 돈을 뺄 수 있는 '요구불(要求拂) 예금'이어서 수익 내기가 어렵다거나 입출금·이체 등 편의를 제공한다는 등의 볼멘소리를 한다. 그럼에도 은행마다 지역 상생, 기부 등의 이름을 내걸고 이런 통장 유치에 열을 올리는 까닭은 안정된 수익이 보장돼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얼마 전 금융기관을 향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664조7천억여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5천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24조원 넘게 불어났다. 대통령의 강한 발언에 놀란 금융권은 화들짝 놀라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가 구상 중인 '100조 국민 펀드' 참여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은행만 탓할 일은 아니다. 부동산 과열이 은행 탓은 아닌 데다 금융비용이 부담스러운 기업들에 대출을 떠안길 수도 없다. 그런데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적으로 경험했듯이 경제가 흔들리면 은행도 버틸 수 없다. 미증유(未曾有)의 위기가 닥치고 있다. 금융권이 내놓을 공생의 묘책을 기대해 본다.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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