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과 상호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조는 명료(明瞭)하다. '각국이 미국산 쌀·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을 추가 개방하고,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 상호 관세를 낮추겠다. 그렇지 않으면 25% 이상 폭탄 관세를 때리겠다.' 일본은 미국에 5천500억달러(758조원)를 투자(직접 투자·대출·보증)하기로 약속하고, 쌀을 비롯한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는 데 합의했다. 이를 통해 일본은 상호 관세를 당초 25%에서 15%로 내렸다.
일본의 대미(對美) 주요 무역 흑자 품목은 자동차, 자동차 부품, 기계류, 반도체 및 전자부품, 의약품 및 바이오 제품 등이다. 한국의 대미 주요 무역 흑자 품목(자동차·자동차 부품·석유제품·배터리·기계류·휴대폰 등)과 많이 겹친다. 한-일 양국이 미국에 가장 많이 수출한 품목 역시 자동차(한국 전체 수출 중 27.2%, 일본 전체 수출 중 28.3%)로 겹친다. 2024년 기준 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는 685억달러, 한국은 660억달러였다.
그런데 일본이 미국과 15% 상호 관세에 합의했다. 대미 흑자를 지키기 위해 일본 국민이 민감하게 여기는 쌀을 양보하고, 대규모 미국 투자를 약속한 것이다. 만약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일본보다 못한 결과를 낼 경우 우리나라 대미 수출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의 훌륭한 소고기를 거부한 나라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농산물도 협상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자동차나 스마트폰, 반도체로 먹고살 수는 없다"며 농축산 시장 추가 개방에 강하게 반대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전농·호남·민노총·반미 단체, 광우병 시위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 쌀과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추가 개방과 관련해 지지층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트럼프 시한'(8월 1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이재명 대통령의 심중(心中)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할까? 대한민국 '무역 흑자'를 지키기 위해 지지층의 비판을 감수할까, 지지층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대한민국 손해를 감수할까? 이번에 알게 될 것이다.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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