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초대석-김형준] 정청래 대표의 왜곡된 인식이 가져 올 파국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정청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8·2 전당대회에서 신임 대표로 선출됐다. 정 대표는 61.74%를 얻어 이재명 대통령이 암묵적으로 지지한 박찬대 의원(38.26%)에 23.48%p 격차로 압승했다. 이를 두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정청래 당 대표 당선은 김어준과 이재명 대통령의 대결에서 김어준의 승리"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취임 직후 보인 행태는 참으로 우려스럽다. 첫째, 협치 거부다. 정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내란 세력 척결'을 내세웠다.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이며, 여야 개념이 아니다. 사과와 반성이 먼저 있지 않고서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어준 유튜브'에 출연해선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 해산 추진 문제와 관련해 "못할 것이 없다"고 했다. 이런 행태는 "소통과 대화를 복원하고, 양보하고 타협하는 정치를 되살리겠다"고 취임 연설에서 약속한 이재명 대통령의 기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둘째, 개혁을 빙자한 입법 폭주다. 민주당은 지난 5일 정창래 체제 1호 법안으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공영방송의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방송사 임직원과 언론·방송학회 등에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입맛에 맞는 인사를 방송사 경영진에 앉히는 '방송장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셋째, 권력 남용이다. 정 대표는 취임 후 연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불참한 광주, 전남 소속 의원들을 공개적으로 꾸짖었다. 그러면서 "사무총장께서 왜 (의원들이) 안 왔는지 사유를 조사해서 보고 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의원들은 동등한 자격을 갖고 자신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아무리 당 대표라도 소속 의원들을 지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은 반민주적이고 독선적인 행태다.

넷째, 이재명 대통령과의 어설픈 차별화 행보다. 정 대표는 당선 직후 낙마한 보좌관 갑질 논란으로 사퇴한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향해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고 했다. 그 일환으로 강선우 의원을 당 국제위원장에 유임시켰다. 이 대통령은 강선우를 내쳤지만, 정청래는 끝까지 안을 것이라는 메시지로 보인다. 정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 지사였던 2018년 한 방송에 출연해 "이 지사가 이야기를 하면 항상 분란이 일어난다"며 "이 지사가 그냥 싫다"고 발언한 적도 있다.

정 대표의 이런 오만하고 독선적인 행태는 인지구조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인지구조 이론은 정치인들의 반민주적, 반헌법적 행동이 단순히 권력욕 때문만이 아니라, 그들이 세상을 인식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 즉 그들의 내면화된 신념 체계, 그리고 인지적 편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정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가령, 반미를 위해선 주한 미 대사관 담을 넘어 시너를 뿌리는 것을 정당화한다. 그밖에 정치적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려는 욕구는 헌법적 가치나 민주적 절차를 때로는 걸림돌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국민의힘을 단순히 정치적 경쟁자가 아닌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인식은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무력화시키기 위한 반민주적 행동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한다. 정 대표는 자신의 행동이 논란을 일으키거나 비판받을 때, 자기 합리화 기제를 통해 스스로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2021년 국정감사에서 전국 사찰과 스님을 봉이 김선달로 비하하며 문제를 일으켰던 정 대표가 두 달 동안 사과하지 않고 묵묵부답과 자기합리화에 일관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집권당 대표가 왜곡된 인식 속에서 힘에만 의존하며 무도하게 권력을 휘두를 경우 정치는 반드시 몰락한다는 것이다. 전체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정을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는 정 대표는 이제 민주당 강성 지지층만을 의식하면서 야당 말살을 위한 내란 전쟁에만 몰입하기 보다는 집권당 대표답게 처신해야 한다.

힘에만 의존하지 말고 협치 복원에 나서고 무엇보다 자신의 잘못된 신념과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과 이재명 정부는 필연적으로 파국을 맞이할 것이다. 왜 오만과 독선의 문재인 정부가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겼는지 깊이 음미해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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