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이후 미국이 다양한 '비관세 장벽'을 허물려고 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의 외교 노선에 변화가 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으로 표현되던 균형 외교에서 이제는 안보와 경제 모두 미국과의 관계에 중심을 두는 전략이 더욱 분명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정부 관계자 등의 발언을 종합하면 향후 통상 협상 세부 내용을 정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은 농축산물은 물론 디지털 분야에 이르기까지 온갖 분야의 비관세 장벽 문제에 대해 한국을 압박할 것으로 여겨진다. 8월 말쯤으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이 문제들과 함께 미·중 간 군사 충돌 시 한국의 역할론을 압박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다방면에서 미국과의 어려운 협상을 앞둔 한국 정부로서는 기존의 '줄타기 외교' 전략이 사실상 한계를 맞았다는 고민을 마주하게 됐다. 가치 기반은 친미에 두면서도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외교적 실리를 찾을 수 있는 시기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끝났다는 인식이다.
미국 조야에서도 한국에 보다 분명한 노선을 택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감지된다. 앞서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매스트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한국이 미중)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면 결국 모두가 피해를 입을 것이고, 미국은 이를 모욕(slight)으로 여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매스트 위원장은 한국의 대중 외교 노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이 가운데 조현 외교부 장관이 최근 미국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이 이웃 국가들에 다소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 발언에 관해 중국도 기민한 반응을 보이며 주목하는 모습이다. 중국 랴오닝대 미국·동아시아연구원의 뤼차오 원장은 지난 4일 한 관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관세와 군사적 요구 등 한국이 직면한 압력을 이해하지만, 한국이 이러한 잘못된 이야기에 정통성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외교가 한 관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중 갈등은 더 날카로운 양상이고 양자택일의 압박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라면서 "'균형 외교'의 공간은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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