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학산책] 고혈압과 고지혈증, '조용한 살인자'를 경계하자

김치호 일민의료재단 세강병원 원장(외과전문의)
김치호 일민의료재단 세강병원 원장(외과전문의)

최근 건강검진에서 흔히 발견되는 질환 두 가지가 있다. 바로 고혈압과 고지혈증이다. 두 질환 모두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방치되기 쉽고, 이로 인해 '조용한 살인자(Silent Killer)'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약 1천200만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으며, 고지혈증 환자 또한 최근 5년 사이 30%나 급증해 약 1천300만명에 이르고 있다. 특히 40대 이상 성인의 경우, 2명 중 1명꼴로 두 질환 중 최소 하나는 가지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 되었다.

고혈압은 혈관 내 압력이 정상치(120/80㎜Hg)를 넘어서 지속적으로 높아진 상태를 의미한다. 고혈압이 지속되면 심장병, 뇌졸중, 신장질환 등의 중대한 합병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고지혈증은 혈액 속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지는 질환으로, 이는 동맥경화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동맥경화는 심근경색과 뇌졸중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은 단독으로 존재할 때보다 함께 발생할 때 심혈관질환 위험이 더 증가한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두 질환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심근경색 및 뇌졸중 위험이 최대 3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두 질환이 생활습관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과도한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습관, 지나친 육류 섭취, 운동 부족 등 현대인의 생활방식은 두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다. 또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조용한 살인자'를 어떻게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을까? 다행히 두 질환 모두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예방 및 관리가 가능하다. 다음은 꼭 지켜야 할 관리법이다.

첫째, 싱겁게 먹고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견과류 등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을 적극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둘째, 일주일에 150분 이상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통해 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은 혈압과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셋째, 금연과 절주는 필수적이다. 흡연은 혈관을 좁게 만들고 혈압을 높이는 반면, 음주는 중성지방 수치를 급격히 상승시킨다.

넷째,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스트레스는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키므로 명상, 요가, 충분한 수면 등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혈압과 혈중 지질 수치를 꾸준히 체크해야 한다. 특히 고혈압과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다면,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정기적으로 의료진과 상의하여 상태를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조용한 살인자'인 고혈압과 고지혈증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도 작은 생활습관의 변화를 통해 충분히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꾸준한 관심과 관리는 건강한 삶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처방이다.

김치호 일민의료재단 세강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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