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심정지 발생 빈도가 월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명절과 공휴일에 더 많이 발생한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나왔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부산대·서울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영국 의학 저널 오픈'(BMJ Open) 최신호에 우리나라에서 심장질환이 원인인 '병원 밖 심정지'(OHCA)는 월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명절·공휴일에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5∼2019년 질병관리청이 전국에서 집계한 심정지 8만9천164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월요일과 일요일의 심정지 발생 위험은 기준일인 수요일에 견줘 각각 1.9%, 1.5% 높았다.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은 수요일과 큰 차이가 없었다.
휴일의 경우 휴일이 아닌 날들보다 심정지 발생 위험이 최소 6% 이상 높아지는 연관성을 보였다.
휴일별 발생 위험은 4대 공휴일(새해 첫날, 설, 추석, 크리스마스)을 뺀 기타 공휴일 평균이 9.9%를 기록했다. 4대 공휴일의 심정지 발생 위험은 크리스마스(9.6%), 설날(8.2%), 새해 첫날·추석(각 6%) 순으로 높았다.
이 중에서도 65세 이상의 고령, 남성, 도시 거주자일수록 휴일에 심정지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남성과 도시민은 경제·사회활동 빈도가 높아 스트레스 노출이 많고, 고령층은 심혈관이 이미 약해져 있어 작은 변화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월요일에 심정지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현상을 '깨진 약속 이론'(Broken Promise Theory)으로 설명했다.
깨진 약속 이론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을 가졌던 사람들이 막상 월요일이나 새해가 시작됐을 때 기대했던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 실망감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심장 질환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가설이다.
월요일의 경우 이에 더해 주말 동안 늦잠을 자거나 생활 리듬이 흐트러진 상태에서 갑자기 이른 기상과 업무 부담이 겹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심장박동과 혈압이 올라가면서 심혈관 건강이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
이와 달리 명절과 공휴일의 심정지 위험이 높아지는 건 격렬한 신체활동의 영향이거나 '휴일 심장 증후군'(Holiday Heart Syndrome)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연구팀의 해석이다.
휴일 심장 증후군은 짧은 연휴 동안의 폭음이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음을 일컫는 용어로, 국내에서도 연휴와 명절 연휴 기간 장거리 이동과 음식 준비, 과식·폭음, 수면 부족, 가족 모임의 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심장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심정지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만큼 주말이나 명절 연휴에도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의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갖고 있다면 휴일이나 명절이라도 갑작스러운 폭음, 과식 등을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월요일과 공휴일에 심정지 위험이 높아지는 현상은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 관찰된 것과 비슷하다"면서 "연구에서 확인된 요일과 휴일에 따른 심정지 위험 패턴을 고려하면 고위험군에 맞춘 예방 캠페인과 응급 대응 자원 배치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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