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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김교영] 돌아온 조국, 다시 '조국의 강'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그해, 대한민국은 두 쪽으로 갈렸다. 2019년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指名)되자, 자녀 입시 비리·사모펀드 투자 등 '조국 일가' 의혹들이 제기됐다. 의혹은 일파만파(一波萬波)로 커졌다. '조국 처벌'과 '조국 수호' 집회가 연일 이어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책임질 불법 행위가 드러난 것은 없다"며 그를 장관에 임명했다. 민심은 분노했고, 검찰 수사는 조 전 대표를 바짝 죄었다. 조 전 대표는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조 전 대표와 단절하지 못해 '조국의 강'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국 사면'이 '조국 사태'를 소환(召喚)했다. 조 전 대표는 서울대 법대 교수 시절, '공정과 정의'를 외치면서 청년의 우상(偶像)이 됐다. 그는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고 웅변했다. '내로남불'이었다. 조 전 대표 부부는 '신분'을 이용해 '자녀의 승천(昇天)'을 도왔다. 범죄가 드러난 뒤에도 진심 어린 사과가 없었다. "(실형 확정되면) 뭐 감옥 가야죠, 책 읽고 푸시업하고 스쾃하고 건강관리 열심히 해서 나와야 하죠." 이러니, 청년들이 분기탱천(憤氣撐天)하지 않았겠나.

조 전 대표가 광복절 특사(特赦)로 석방되면서 "오늘 저의 사면 복권과 석방은 검찰권 오남용과 검찰 독재가 종식되는 상징적 장면"이라며 "복당 조치가 이뤄지면 더욱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 속에 들어가 말씀을 듣고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나쳤다 해도,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 혐의의 대부분에 대해 유죄 판결을 했다. '검찰권 오남용' 운운(云云)은 '사법 정의' 부정이다.

한국갤럽이 조 전 대표의 사면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찬성 43%·반대 48%였다. '공정'(公正)에 민감한 20·30대의 절반 이상이 사면을 반대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입시 공정성과 관련된 문제인데 일련의 사태에 대한 사과나 인정이 없었다"며 "공정과 책임이라는 우리 사회 최후의 기준을 무너뜨리고, 사회 통합을 오히려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조국 일가의 아빠 찬스 등 입시 비리 범죄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조 전 대표는 교수 시절, "대통령의 사면권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너무 남용돼 온 것이 문제"라며 "사면 대상 범죄의 종류나 형 집행 기간의 최소 한도를 정하는 쪽으로 사면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발언 역시, 그에겐 예외다. 조 전 대표는 자신에 대한 사면을 '남용'(濫用)이 아닌, '헌법적 결단'이라고 여기니 말이다.

조 전 대표가 출소 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게시물이 입방아에 올랐다. '가족 식사'란 영상물의 된장찌개가 '서민 음식'이 아닌, 서울의 유명 한우식당 후식 메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폐문독서물'(閉門讀書物·문을 닫고 독서에 몰입)이란 게시물도 비판을 받았다. '자녀 입시 비리로 수감 생활을 하다 특사로 출소한 정치인이 사용하기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조 전 대표는 18일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 내년 6월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대권(大權)이 조 전 대표의 목표'란 얘기도 나온다. 조국혁신당은 그를 대표에 앉히기 위한 전당대회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민국은 다시 '조국의 강'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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